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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강보험 “참사 수준”… 한때 극찬받았지만, 일본에 뒤처진 이유

허승연 기자 조회수  

고령화에 건강보험 붕괴 위기
병원 중심 의료, 한계 드러나
일본의 ‘단골의사제’

출처: 뉴스1
출처: 뉴스1

“병원 가는 것이 두렵다?” 1989년, 한국은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를 열며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건강보험 시스템을 구축했다. 의료 접근성이 뛰어나고 저렴한 의료비로 인해, 한국의 건강보험은 오랜 기간 우수한 제도로 평가받았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세계보건기구(WHO)와 해외 언론들로부터 체계적인 방역과 의료 시스템을 갖춘 모범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2025년, 대한민국이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이상)에 진입하면서, 기존 건강보험 체계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의료 현장의 전문가들은 현재의 건강보험 제도를 두고 “참사 수준”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고령 환자들의 진료 방식이 과잉 치료와 중복 진료로 이어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가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행위별 수가제는 의료기관이 환자의 진료 행위마다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많은 병원이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불필요한 검사나 치료를 권장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행위별 수가제는 ‘많이 치료할수록 수익이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의료비가 빠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고령 인구가 많아질수록 필연적으로 의료 수요가 증가하고, 건강보험 재정이 빠르게 소진된다.

출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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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건강보험 진료비는 전년 대비 4.7% 증가한 약 110조 8,000억 원에 달했다. 이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전체 인구의 18.4%)가 사용한 진료비는 49조 원(전체 진료비의 44.1%)을 차지했다.

이재호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령 장애인과 노인의 만성질환 관리는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이지만, 현재 시스템은 이를 포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일차의료기관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병원 중심의 행위별 수가제가 의료비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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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한국의 의료 체계는 병원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은 원칙적으로 개설된 의료기관 내에서만 의료 행위를 할 수 있으며, 방문 진료는 사실상 불법에 가깝다. 병원 중심의 모델이다 보니,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만성질환 관리, 장기요양,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 강화 같은 요구를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의료진들의 설명이다.

윤종률 한림의대 가정의학 명예교수는 “현행 의료체계는 질병 중심의 분절적 의료를 제공하고 있어, 포괄적·연속적·조정적 의료가 필요한 고령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면서 “가정과 일차의료, 노인전문의료, 방문의료, 간호, 재활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고령자 친화 의료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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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현재 한국의 복지제도는 ‘신청주의’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즉, 개인이 직접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신청해야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고령층과 취약계층의 경우 행정 처리에 어려움을 겪으며,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후천적으로 장애를 입은 어머니를 돌보는 김예진(가명·32) 씨는 장애 판정을 받기 위해 수개월간 여러 기관을 방문해야 했다. 그는 “주 7일 중 6일을 아버지를 돌보는데, 어머니의 장애 판정을 받으려고 대학 병원, 재활병원, 구청, 동사무소 등에서 필요한 서류를 떼느라 시간을 보냈다”고 토로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노인의 32.8%가 독거노인으로 집계됐다. 가족이 없는 고령층의 경우, 복지 서비스 신청이 더욱 어려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출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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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2003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를 대비해 2000년부터 지역 포괄 케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재택 의료를 활성화했다. 특히 일본은 ‘단골의사제(かかりつけ医制)’를 통해 환자 개인이 특정 의사를 주치의로 지정해 지속적인 건강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제도는 주치의가 환자의 건강 상태를 전반적으로 관리하며, 불필요한 중복 진료를 줄이고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일본은 2003년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재택 의료 및 지역 포괄 케어 시스템도 구축했다. 시스템의 핵심은 환자가 어느 곳에서든 쉽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예방적 건강관리 활동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또한, 일본은 행위별 수가제와 정액제를 혼합한 ‘DPC(진단절차 결합)’ 제도를 도입해 의료비 증가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병원의 병상 수를 전략적으로 조절하며, 의료비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한국의 건강보험은 다시 한번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과거에는 세계적으로 극찬받았던 시스템이지만, 초고령 사회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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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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