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을 둘러싼 재판에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시와 관련한 구체적인 진술이 공개됐다. 당시 국토부 직원이 상급자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장관님께서 원안대로 하라고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법정에서 확인됐다.
해당 직원은 원 전 장관이 강상면 변경안 대신 기존 양서면 종점안으로 돌아가라고 지시했으며 “변경안으로 가면 수사받는다”라는 말도 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관련 절차가 중단됐고 원 전 장관은 2023년 7월 사업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전 국토부 도로정책과 직원 A 씨는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 박준석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 사건 재판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은 국토부가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종점을 김건희 여사 일가의 토지가 있는 강상면 일대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불거졌다. 기존 양서면 종점 노선은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으며 국토부는 2023년 5월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노선을 검토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날 A 씨가 2023년 6월 말 국토부 도로정책과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를 제시하며 사업 백지화 과정에 대해 질문했다. 당시 메시지에는 “장관님께서 원안대로 하라고 합니다”, “준비할 방안 찾아보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A 씨는 메시지를 보내게 된 배경에 대해 “보고를 들어갔는데 (원 전 장관이) ‘강상면 종점안으로 가긴 힘들다. 원안으로 가자’라며 원점 재검토하는 방향으로 말했다”라고 진술했다. 해당 지시가 나온 뒤 주민설명회 등 사업 관련 절차도 실제로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원 전 장관이 변경안 추진에 따른 수사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A 씨는 “나는 원안으로 가면 (그간 내세운) 논리가 다 깨지니까 놀란 표정을 지었는데 원 전 장관이 ‘변경안으로 가면 수사받는다’라고 얘기했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국토부 사이에 시각차가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도 이어졌다. 그는 “장관은 원안으로 가자고 얘기하고, 용산(대통령실)에선 그렇게 하면 더 오해받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원 전 장관이 2023년 7월 9일 사업 전면 백지화를 발표한 뒤 국토부 내부에서 오간 이야기 역시 법정에서 공개됐다. A 씨는 당시 백지화를 결정한 주체가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라는 취지의 이야기가 내부에서 있었다고 진술했다. 같은 달 11일 다른 국토부 직원과 나눈 통화 기록에서는 해당 직원이 “내가 볼 때 백지화는 ‘V'(윤석열 전 대통령)가 정한 것이다. 장관이 일정 중에 누구 전화를 받았겠느냐”라고 말한 내용이 제시됐다.
이에 A 씨는 “난 그게 ‘뻥’인가 싶었는데 아니구나”라고 답했다. 특검팀이 원 전 장관 단독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었는지 묻자, A 씨는 “그때 그런 얘기가 있긴 했다”라고 답변했다.

A 씨는 양평고속도로 논란이 커지던 2023년 6월 국회의 자료 요청 이후 주요 내용을 삭제한 파일을 국토부 홈페이지에 게시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됐다. 조사 결과 A 씨는 국토부 및 한국도로공사 직원과 함께 용역업체의 과업수행계획서 가운데 종점 위치 변경 내용이 포함된 4페이지를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원 전 장관은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제기된 이후 적법한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사업 백지화를 선언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이번 재판에서는 원안 복귀 지시부터 백지화에 이르기까지 당시 국토부 내부에서 오간 메시지와 통화 내용이 공개됐다.
다만 백지화 결정 주체와 관련한 내용은 A 씨가 당시 내부에서 들었다고 밝힌 진술인 만큼 특검 수사를 통해 관련 경위가 추가로 규명될지 주목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