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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시장 점유율 80%”…엔비디아 될 뻔했던 한국의 스타트업 기업

서수현 기자 조회수  

국산 사운드카드 ‘옥소리’ 출시한 삼호전자
윈도우 95 출시 이후 드라이버 문제로 도태
한솔전자에서 인수 후 사업 포기

출처 : 셔터스톡
출처 : 셔터스톡

엔비디아는 어떻게 대기업이 됐을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엔비디아는 미국에서 그래픽카드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기계학습 기반 인공지능(AI) 학습 기술의 유행으로 GPU가 황금기를 맞으면서 상황이 변화했다.

현재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1위를 자랑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에도 PC 부품과 장비에서 기대를 모으던 스타트업이 있었다. 바로 ‘옥소리’다.

1990년대 옥소리는 유명했다. 배우 옥소리는 물론이고, 사운드카드 옥소리도 마찬가지였다. 추후 옥소리로 이름을 바꾼 삼호전자는 당시 ‘옥소리’라는 이름의 사운드카드를 출시했다. 삼호전자는 이 사운드카드 하나로 국내 PC 사운드카드 시장을 주름잡았다. 한때 시장 점유율에서 80%를 기록할 정도였다.

이 옥소리 카드를 만든 것이 ‘국산 사운드 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범훈 사장이다. 그는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 출신으로 1985년 금성에서 퇴사하고 1987년 삼호전자에 입사했다. 그러나 1989년 위기를 맞은 회사를 인수하게 되면서 사장이 됐다.

그는 삼호전자 인수 후 옥소리 사운드 카드 개발을 추진해 1992년 6월에 최초로 옥소리 카드 시리즈 제품을 발매했는데, 이 제품이 히트하면서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다.

출처 : (주)훈넷
출처 : (주)훈넷

그 이전에도 국산 사운드 카드가 존재하기는 했으나, 당시 유명한 사운드 카드이던 애드립이나 사운드 블라스터의 호환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사운드 블라스터와 경쟁을 벌이던 옥소리는 다양한 시리즈를 거듭해 1995년에 롤랜드 사운드 캔버스 SC-55의 음색과 맞먹을 정도라는 호평을 얻었다.

이에 옥소리 WS32 MEF-II로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윈도우 95 출시가 문제가 됐다. 운영체제가 DOS이던 시절에는 큰 영향이 없었지만, 윈도우 운영 체제로 넘어오면서 제대로 된 장치 드라이버를 제공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이에 김범훈 사장은 1995년 9월, PCS 사업 진출을 위해 IT 기업 인수를 노리던 한솔전자에 옥소리를 매각했다. 이후 한솔전자는 옥소리의 명칭을 ‘시너비트’로 변경하였으나, 브랜드 명칭을 바꾼 뒤 1997년 사운드 카드 사업을 포기하면서 옥소리 제품군을 전부 단종시켰다. 이로써 옥소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다만 옥소리를 만들었던 김범훈 사장은 이러한 한솔전자에 반발해 1996년 옥소리 개발진들과 함께 나와 1996년 1월에 훈테크를 설립했다. 이후 훈테크는 1996년 실질적인 옥소리 계열의 후속 사운드카드인 사운드트랙 97PnP를 내놓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사운드 칩셋 메인보드 내장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사운드카드 시장이 사양 되는 바람에 멀티미디어 하드웨어 사업에서 철수해야 했다.

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사운드카드 사업에서 손을 뗀 훈테크는 가스 자동 차단 장치나, 센서 등 멀티미디어 하드웨어와는 상관없는 분야의 제품들을 내놓다가 창업 8년여 만인 2004년 12월 31일 폐업했다.

옥소리 사운드 카드를 만든 김범훈 회장의 최후도 쓸쓸했다. 그는 이후 ‘훈넷’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대북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해당 회사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2006년에는 포털아트라는 미술품 경매 사이트를 만들어 순조롭게 사업을 이어가는 듯했으나, 2010년 9월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이 같은 옥소리의 최후에 일각에서는 벤처캐피탈(VC) 등이 옥소리의 제품 개발을 독려하고, 제품군을 늘려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선택을 했다면 결말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연간 투자 금액이 1,00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한국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환경은 녹록지 않다. 4일 벤처캐피탈 분석 기업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VC 투자액은 8,2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출처 : 뉴스 1
출처 : 뉴스 1

이 같은 투자액 감소는 스타트업의 감소로도 이어졌다. 한국은 지난 5년간 계속해서 스타트업 기업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신규 창업 기업 수는 118만 개로 2023년 대비 4.5% 감소했다. 이는 2016년 119만 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에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의 성장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특례는 단기 해결책에 불과하다”라며 “스타트업 보호법을 제정해 기득권 보호보다는 혁신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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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현 기자
content@mobility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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