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성과급 500% 지급
마일리지 통합, 소비자 불안
항공권 가격 인상 가능성?

대한항공이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임직원들에게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마일리지 통합과 항공권 가격 상승 가능성 등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항공업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대한항공은 2024년 매출 16조 1,166억 원, 영업이익 1조 9,446억 원을 기록하며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6% 증가하며 이는 1969년 창립 이래 최대였다. 국제선 여객 증가와 항공 화물 수요 강세가 실적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임직원들에게 기본급의 50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지난해 지급된 407%보다 더 높은 비율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성과급 지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과정에서 직원들의 피로감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조직 내 긴장감을 완화하고 사기를 북돋으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합병을 앞두고 마일리지 소진을 유도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아시아나는 ‘제주 해피 마일리지 위크’를 통해 김포-제주 노선에서 마일리지 좌석을 공급하고 있으며, 대한항공도 같은 노선에서 특별기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국내선에 한정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소비자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원하는 노선과 날짜를 선택하기 어렵고, 지방 거주자들은 이용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항공사가 마일리지를 회계상 부채로 인식하기 때문에 비용 절감을 위해 소진을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마일리지를 국제선에서 사용할 기회는 여전히 제한적이고,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마일리지 쇼핑몰에서도 상품 구성이 한정적이라 실질적인 혜택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통합이 진행되면서 전환 비율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한항공의 1마일 가치는 15원, 아시아나는 11~12원으로 평가되는데, 만약 1대1 전환이 이뤄질 경우 대한항공 회원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 “아시아나 항공과 고객 마일리지 전환 비율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 현재 외부 전문가 자문과 기관 간 협의로 두 항공사 마일리지 가치를 비교 분석 중”이라며 “현 단계에서 전환비율 확정은 불가하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항공업계는 환율 상승과 지속가능 항공유(SAF) 도입이라는 또 다른 과제도 직면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에 가까워지면서 유류비, 공항 이용료, 항공기 리스료 등 달러로 결제하는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항공사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항공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2027년부터 국제선 항공편에 SAF 1% 혼합 급유를 의무화하면서 항공업계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SAF는 기존 항공유보다 최대 5배 비싸, 항공사의 운영 비용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 같은 비용 증가가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는 글로벌 정치 환경 변화 등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전망되지만,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위한 준비기간을 거쳐 글로벌 네트워크 항공사로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이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직원들에게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소식이다.
그러나 동시에 마일리지 사용 문제, 합병에 따른 불확실성, 항공권 가격 인상 가능성 등 소비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항공업계의 변화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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