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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 창업자 이수만도 벤치마킹했던 ‘일본 아이돌 제국’의 몰락

윤미진 기자 조회수  

많은 日 아이돌 배출한 쟈니스 사무소
쟈니 키타가와 사후 성 착취 논란 점화
윤리 경영 중요성 엿보여

출처 : KBS 뉴스
출처 : KBS 뉴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특유의 자유로인 멤버 영입과 그룹 멤버 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 로테이션 시스템, 발굴한 신인들을 데뷔 전 미리 공개하여 선보이는 SM 루키즈(SM ROOKIES) 등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러한 SM의 독특한 시스템은 일본의 쟈니스 사무소의 시스템이 토대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쟈니스 사무소(이하 쟈니스)는 1962년 쟈니 키타가와가 설립한 일본의 남성 연예인 전문 대형 연예 기획사다. 쟈니스의 시작은 쟈니가 결성한 ‘쟈니스 소년 야구단’이었다. 당시 구단 코치를 맡고 있었던 그는 야구단 중 요요기 중학교에 다니던 학생 4명을 선발해 ‘쟈니즈’라는 이름의 댄스 그룹으로 데뷔시키며 쟈니스 사무소를 출범하게 된다.

출처 : 페이스북 '口水多過浪花'
출처 : 페이스북 ‘口水多過浪花’

쟈니스의 경우 초반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존재하고 있던 일본의 다른 대형 연예 기획사로 인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쟈니스 자체도 연예 기획사인 와타나베 프로덕션의 산하에 있었다.

그러나 당시 소속 연예인이던 일본 가수 고 히로미와 포 리브스의 성공으로 점차 입지를 다졌다. 포 리브스는 당시 일본에서는 생소했던 10대 소년 아이돌 그룹으로, 1970년대 초까지 일본에서 독보적인 가요 프로그램 ‘홍백가합전’에 연속으로 출연할 만큼 일본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고 히로미 또한 노구치 고로, 사이조 히데키와 함께 신 고산케로 불리며 일본에서 1970년대 남성 가수 트로이카로 군림했다.

이러한 성공을 발판으로 쟈니스는 1975년 와타나베 프로덕션에서 독립한다. 이후에는 남성 연예인만을 키우기 시작해 1985년에 데뷔한 ‘소년대’, 1987년에 데뷔한 ‘히카루GENJI’ 등을 차례로 성공시켰다. 특히 히카루GENJI는 ‘최후의 슈퍼 아이돌’이라고 불리며 80년대 일본에서 사회현상 수준으로 취급될 정도로 큰 인기를 자랑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SMAP, 아라시, KAT-TUN, Kinki Kids 등 유명 인기 남자 아이돌 그룹들을 배출해 내면서 일본 연예 기획사 업계의 남성 아이돌 분야에서 정점을 차지했다.

출처 : 게티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

이후 쟈니스는 연예계에서 이러한 위치를 악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기획사 이탈이나 탈퇴를 한 이전 소속 연예인들에 대해 방송 출연을 어렵게 하는 등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알려졌다.

또한, 쟈니스 사무소의 창업자였던 쟈니 키타가와 사후 그가 소속사 연습생을 대상으로 상습적인 성 착취를 일삼았다는 사실이 밝혀져 일본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쟈니 키타가와와 관련한 성 착취 논란 자체는 이전에도 있어 왔지만, 사후인 2022년 쟈니스 주니어 출신인 오카모토 카우안이 해외 일본 연예계 관련 유튜버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쟈니 키타가와에게 성 착취를 당해 왔다는 사실을 밝히며 논란이 점화됐다.

출처 : NHK
출처 : NHK

피해자 다수가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여파는 더욱 커졌다. 여기에 이후 이어지는 수많은 피해 증언을 토대로 약 1,000명의 피해자 수가 예상되는 규모가 큰 사건임이 밝혀지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의 여러 언론에도 보도됐다.

심지어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유엔 인권이사회까지 동원될 정도였다. 2023년 들어 계속해서 피해자가 등장하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예전부터 꾸준히 피해 사실을 알려 왔으나, 언론이 이들의 증언을 묵살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출처 : 뉴스 1
출처 : 뉴스 1

결국 해당 사건의 여파로 2023년 9월 4일 후지시마 쥬리 케이코 사장이 퇴임하고 히가시야마 노리유키가 쟈니스 사무소의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같은 달 7일에 정식으로 취임해 4시간 10분가량의 기자회견을 통해 대응책을 발표했다.

이후 쟈니스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피해 보상 및 재발 방지책에 대해 발표하고, 10월에 쟈니스 사무소의 이름을 쟈니스의 사회 공헌 프로젝트에서 이름을 따 SMILE-UP(스마일업)으로 개명했다. 창업주인 쟈니 키타가와의 이름이 들어간 아이돌들의 그룹명 또한 변경했다. 사명을 변경한 스마일업에서는 피해자 보상 등의 업무만 전담하고, 쟈니스는 스타토 엔터테인먼트라는 새로운 회사를 발족했다. 사실상 해체 및 재창단의 수순을 밟은 것이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이에 대해 창업자의 비윤리적인 행위로 몰락의 길을 걸은 쟈니스 사무소를 K-POP 업계에서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K-POP 업계에서도 그간 성범죄·마약 복용 등의 범죄 사례가 여러 번 있어 온 만큼 재발을 막고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윤리 경영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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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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