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 문제가 원인
청송군, 적극적인 교도소 유치 나서
포항시, 추모 공원 유치에 7개 마을 참여
과거 ‘님비(Not In My Back Yard)’ 현상으로 인해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유치가 어렵던 기피 시설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기피 시설로 교도소, 화장터, 발전소 등을 꼽을 수 있다. 주로 주변 환경 조성에 나쁜 영향을 끼치거나 환경 오염의 우려가 있는 시설들이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기피 시설들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 시설’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기피 시설이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돕고 지방의 인구 소멸을 막는 새로운 수단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경상북도 청송군이 있다. 청송군은 경북북부교도소가 자리 잡고 있는 도시이다. 해당 교도소는 청송군 진보면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청송교도소’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고립된 지리적 특성상 강력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수감되는 곳이기도 하다.
청송은 이미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교도소가 지어져 있다. 청송에 위치한 교정 시설은 경북 북부 제1·2·3교도소와 경북직업훈련교도소 등으로 총 네 곳이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에는 청송 하면 해당 교도소가 연상되어 좋지 않은 이미지를 형성한다는 여론도 있었다. 그럼에도 청송군은 되레 새로운 교도소 유치에 힘쓰고 있다. 현재 청송의 교정 시설에는 여성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이는 법무부에서 여성 전용 교정시설은 전국에 청주여자교도소 한 곳밖에 없어 과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도소 건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실제 법무부는 2009년부터 경기도 화성시에 해당 시설의 건립을 추진해 왔지만,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는 상황이다. 화성의 경우 1996년에 교도소 입지 승인이 되었으나, 뒤늦게 실시 설계 과정이 이루어지면서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청송은 진보면 일대의 토지를 매입해 ‘교정 빌리지’를 만들면서 여자교도소 유치에 힘쓰고 있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청송군은 젊은 공무원들이 이주하기를 주저하는 주거 환경인 것이 사실”이라며 “우선 청년 빌리지는 지어 여성 교정 공무원들에게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윤 군수는 단순히 인구를 늘리는 데 초점을 두기보다 젊은 교정직 공무원들이 가족들과 함께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민들 또한 환영하는 분위기다. 교도소가 지역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교도소는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의 큰 거래처 중 하나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또한, 교정직 공무원들의 이주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최근 청송군 진보면에는 맘스터치가 생기기도 했다.
현재 청송군의 주민등록 인구수는 지난해 6월 기준 2만 3,887명이며, 소멸 위험지수가 0.119로 ‘인구 소멸 고위험 지역군’에 속한다. 하지만 인근 인구 감소 지역보다는 감소 속도가 더딘 편이다. 이러한 점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교도소의 존재가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포항시에서도 기피 시설로 알려진 화장터 유치에 많은 마을이 뛰어들었다. 포항시는 2023년 6월 화장 시설과 납골당, 장례식장, 유택 동산 등을 포함한 ‘포항시 추모 공원’ 건립 부지 선정을 위해 주민 공모를 실시했다. 해당 공모에는 총 일곱 마을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10월 1차 공모에는 단 한 마을도 신청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또한 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감을 느낀 농촌 마을에서 해당 시설을 유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부수적인 이익과 효과를 생각한 것으로 추측됐다. 실제로 포항에서는 추모 공원을 유치하면서 많은 지원금을 약속했다.
추모 공원이 들어서면 해당 마을에 돌아가는 주민지원기금이 40억 원가량이며, 30년 동안 화장 시설 사용료의 20%를 지급받는다. 인근 마을도 혜택을 받는다. 부지로 선정된 마을이 포함된 읍과 면에도 기금 80억 원과 주민 편익·숙원 사업에 사용될 45억 원이 지급된다.
여기에 추모 공원을 찾아오는 이들로 인한 경제 활성화 효과와 추모 공원의 건립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한 마을 주민은 “명절이나 기일에만 유족들이 찾아와도 1년에 세 번은 온다”라며 “사람들이 여기에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하지 않겠나”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실제 포항시에서도 추모 공원 설립 시 일자리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모 공원에는 환경 정비나 시설 관리 같은 비교적 숙련도가 낮아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일자리가 존재한다.
이러한 변화에 전문가들은 앞으로 ‘갈등 조정 능력’이 지자체의 핵심 역량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혐오시설로 불리던 교정시설·쓰레기매립장·화장장 등의 유치가 ‘신사업’으로 떠오른 만큼 해당 시설을 둘러싼 주민들 간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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