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 독자 브랜드 출범
구본학 쿠쿠홈시스 대표
수익성 악화 반등 필요
한국인들에게 밥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실제로 밥을 짓는 전기밥솥은 생활필수품이 되었으며 ‘한국인의 힘은 밥심에서 나온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밥이 주는 의미는 유독 한국인들에게 남다르게 작용한다. 다만, 최근에는 밥’에 대한 수요 자체도 줄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직격탄을 맞은 한 기업은 최근 종합 가전 기업으로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는 “쿠쿠 하세요~쿠쿠(CUCKOO)”라는 중독성 강한 CM송으로 소비자들에게 강렬하게 각인된 ‘쿠쿠’다. 과거 쿠쿠는 하청업체였으나, 현재 업계 1위 브랜드를 차지했다. 쿠쿠는 어떻게 하청업체에서 업계 1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
현재 소비자가 ‘쿠쿠전자’로 알고 있는 기업의 원래 이름은 ‘성광전자’였다. 쿠쿠는 성광전자 시절 전기밥솥을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LG전자에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성광전자는 1978년 설립 당시부터 소형 가전제품을 생산해 오며 OEM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잔뼈가 굵은 회사였기 때문에 성광전자의 성공은 예견된 일이었다.
성광전자는 1980년대에 접어들며 밥솥 명가로 자리 잡게 됐다. 이는 당시 국내에서 인기가 높았던 일본산 ‘코끼리 밥솥’을 지켜보던 정부가, 코끼리 밥솥을 뛰어넘을 국산 밥솥을 생산하길 원했고 성광전자 등 국내 기업들을 지원해 주면서 기술 개발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이에 성광전자는 한국인이 선호하는 밥맛이 무엇인지를 찾게 된다. 오랜 시간 연구한 결과 가마솥으로 지은 밥을 선호한다는 결과를 도출한 성광전자는 전기밥솥에 가마솥 밥맛을 느낄 수 있는 압력솥 기능을 더해 밥솥을 만들어냈다.
오랜 연구와 개발 끝에 압력솥과 전기밥솥을 합친 제품을 생산하게 된 성광전자는 출시 시기가 IMF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제품의 판매를 미루게 된다. 이는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덮치며 이미 생산된 제품을 납품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성광전자의 제품을 납품받던 LG전자 역시 IMF에 의한 타격으로 더 이상 전기밥솥을 납품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성광전자는 ‘쿠쿠(cook+cuckoo)’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전기밥솥을 직접 판매하기로 한다. 다만, 성광전자의 성공은 순탄하지 못했다. 이는 성광전자가 줄곧 OEM 방식으로 제품을 납품해 왔기 때문에 유통이나 마케팅, 영업 등의 경험이 전무해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특히 열심히 만들어 놓은 제품을 팔 방법이 없는데 IMF라는 상황은 회사의 목을 조여오기도 했다. 이에 당시 구자신 성광전자 사장은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직원들이 먼저 월급을 반납하면서까지 쿠쿠에 사활을 걸어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직원들에게 설득당한 구자신 사장은 20억 원을 들여 쿠쿠 마케팅에 회사의 존폐를 걸게 된다. 이를 위해 성광전자는 당시 인기 방송인이었던 이상벽을 모델로 TV 광고를 내보내며 파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였다.
또한, 투박한 디자인의 대표적 백색가전이었던 전기밥솥에 곡선의 디자인과 강렬한 빨간색을 넣었던 쿠쿠는 광고 방영 이후 큰 인기를 끌게 되며, 2002년에는 “쿠쿠 하세요. 쿠쿠”라는 카피에 멜로디를 입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쿠쿠의 판매량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성광전자의 인지도를 넘어서, 성광전자는 결국 회사 이름을 쿠쿠전자로 변경하게 됐다.
공격적인 마케팅에 투자하기 시작한 이후 1년 4개월 만에 국내 전기밥솥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 쿠쿠는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실제로 2004년에는 여러 대기업 전기밥솥에서 결함이 발견되면서 반사이익을 얻어 50% 후반대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덧붙여 당시 2위의 점유율을 기록하던 LG전자는 전기밥솥 사업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이어 현재까지도 밥솥 명가의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20년 기준 75%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7년 연속 고객만족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같은 시기 대리점 갑질 논란이 터지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당하는 등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이에 따라 쿠쿠의 구본학 사장이 국정감사장에 불려 가 혼쭐이 나는 등의 일이 발생해 실적 악화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한편, 한때 20%에 육박했던 쿠쿠홈시스의 영업이익률은 생활가전 3사 중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2006년 쿠쿠전자 대표이사직에 올라 2017년 인적 분할한 쿠쿠홈시스의 대표이사 사장이 돼 6년 넘게 회사를 이끄는 구본학 사장은 쿠쿠홈시스의 지분 40.55%를 소유한 쿠쿠홀딩스의 최대 주주다.
구본학 사장 체제 이후 쿠쿠홈시스는 현재 수익률 하락을 겪고 있다. 이와 더불어 쿠쿠전자 역시 지난해 처음으로 재고자산 규모를 축소하며 제품 생산량 조절에 나섰다. 이는 포화 상태에 다다른 국내 전기밥솥 수요 둔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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