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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삼성·SK와 연계했지만…의대 증원에 합격자 92%가 포기하는 학과

삼성·SK와 연계했지만…의대 증원에 합격자 92%가 포기하는 학과

조용현 에디터 조회수  

의사 평균소득 3억 원 돌파
연계 학과 합격자 92% 포기
‘의대 쏠림 현상’ 이공계 이탈

출처 : 뉴스 1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재판부가 의과대학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정부의 손을 들어주며 의대 2,000명 증원이 사실상 확정된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올해 2025학년도 대입에만 의대 정원은 차의과학대를 제외한 1,469명이 증가해 상위권 반수생과 수험생들의 상향 지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의대 정원과 더불어 이공계 학생의 상당수가 의대로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각 대학교는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는 듯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들 역시 설립을 늘리는 추세로 보인다.

의대 정원 확대와 더불어 정부가 지난 16일 밝힌 의사 인력의 평균 소득이 3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져 의대 진학에 대한 수요 역시 늘어나는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지난 2022년 기준 의사 인력 9만 2,570명에 따른 평균 연봉이 3억 100만 원이라는 ‘의사 인력 임금 추이’ 자료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뉴스 1

이 자료는 건강보험공단이 지난 2022년까지의 의사 소득을 분석한 것으로 정부는 의사 수급 부족으로 의사들의 임금이 많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법원에 통계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전문직 소득의 경우 연봉이 높게 책정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나, 정부에 의해 구체적인 의사 인력의 평균 자료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고액 연봉의 의사 직군에 대한 수험생들의 관심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수능을 약 200일 정도 앞둔 가운데 이공계 학과들의 곡소리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정부가 반도체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10년간 반도체 인재 15만 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히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정책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부 대학가에선 반도체공학과 등록 포기 현상이 나타나고, 등록 포기자 상당수가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의대 정원 확대에 따라 이공계생의 의대 이탈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출처 : 뉴스 1

업계에서는 이미 정부가 주장했던 2,000명 증원 중 절반 수준인 1,000명만 늘어나도 서울대·고려대·연세대(SKY) 이공계 학생 절반 이상은 의대에 지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대입 입시 전문 학원인 종로 학원이 예측한 바에 따르면 의대 정원 확대가 1,000명 증원으로 이루어질 경우 SKY 이공계 학생의 61.8%, 2,000명 증원의 경우 78.5%가 의대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자연히 의대 합격선도 예년에 비해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이공계 최상위 학과도 의대 선호 심화에 대한 후폭풍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의대 이슈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전인 2024학년도 정시모집에서도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하는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최초 합격자의 92%가 등록을 포기했을 정도이기 때문에 이공계 학과들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대학들이 대기업 채용이 보장되는 계약학과 설립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의 경우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외에도 LG디스플레이와 손잡고 디스플레이 융합학과를 운영 중이며 고려대 역시 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스마트모빌리티공학과(현대자동차)·차세대통신학과(삼성전자) 3개 계약학과를 설립해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뉴스 1

또한, 성균관대는 삼성전자 취업이 보장되는 반도체공학과·지능형 소프트웨어학과를, 한양대 반도체공학과와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SK하이닉스와 함께 계약학과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비롯한 과학기술원들 역시 삼성전자 채용 연계 반도체 관련 학과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대학교와 정부의 공동 노력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업계 인력 부족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 연계 이공계 학과가 많이 운영되고 있기는 하나 대학가에서 반도체 학과 등록 포기 현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종로학원이 공개한 2023학년도 주요 대학 반도체공학과 정시 추가합격 분석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계약한 한양대 반도체공학과와 삼성전자와 계약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최초 합격자 모두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3학년도 SKY 정시모집에서 자연 계열 최초 합격자 가운데 33%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등록을 포기했으며, SKY 대학의 자퇴생 중 75.8%가 자연 계열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 뉴스 1

이러한 현상에 대해 업계 전문가는 “의대 선호 현상으로 인해 상위권 대기업 계약학과의 경우 의대 중복합격으로 인한 이탈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취업이 보장되고 교육 지원 프로그램도 잘 갖춰진 학과가 최상위권 이공계 학생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배경에는 의대 증원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자연 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의 대입은 ‘의대와 나머지’로 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여 있으며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입시 전문가는 이런 양극화 현상에 대해 “의대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조금 더 구체적이고 획기적인 인재 양성 방안이 강구돼야 하는데, 정부는 학과가 모집 정원을 늘리는 것에만 치중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며 “반도체 분야가 고연봉·안정성이 보장되는 의대보다 비전이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인지시킬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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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현 에디터
content@mobility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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