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유네스코유산 등재 시도
윤 정부, ‘긍정적 협력’ 강조
제2의 군함도 되나 우려돼
일본은 나가타현 사도광산을 에도시대부터 금광으로 활용해 왔다며 산업 유산의 가치가 있음을 이유로 세계 유산 등재를 시도해 왔다. 사도광산은 16세기 말부터 1689년까지 금, 은, 구리 등을 채굴한 곳이다. 하지만 사도광산은 세계 2차대전 당시(1940~1945년도) 일본의 전쟁물자를 확보하기 위해 조선인 1,500명을 강제 동원 한 곳이기도 하다.
강제노역의 근거들이 잇따라 나오자, 일본은 2022년 2월 1일 세계유산 등재 신청 시에 아예 일제강점기 시기를 빼고 제출하였다. 사도광산의 기간을 에도시대까지만 적용한 것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반대하였고, 유네스코는 신청서가 내용이 미흡하고 근거가 부족하다며 심사 자체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3년 1월 20일에는 일본 정부가 자료를 보강하여 세계유산 후보로 재신청하였다. 일본의 이런 속셈에는 강제 노역의 근거지였던 시기를 빼고 세계 유산에 등록함으로써 해당 역사적 사실 자체를 숨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비슷한 사례로 군함도가 있다. 유네스코는 군함도를 포함하여 일본 7개의 지역에서 강제 노역이 이루어졌고, 이를 제대로 알린다는 조건으로 세계문화유산에 올렸다. 하지만 등재 후 일본은 산업유산정보센터에 있는 극우적인 책을 다른 것으로 바꿔놓은 것이 전부이다. 이에 2021년에 유네스코에서도 일본에 이런 속셈에 대해 결의문을 채택하고 개선을 요구하였다. 사도광산 역시 같은 길을 걷게 될 위험이 크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올해 11월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으로 선출되었다. 그리고 올해 7월 21~31일에 인도 뉴델리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개최될 예정이며, 이때 사도광산의 등재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지만, 최근 유연해진 한일 관계 분위기를 타고 한국 정부의 입장이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일본과의 라인 사태, 후쿠시마 오염수, 강제 동원 배상 등의 현안에 대해서도 소극적 대응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일 한국대사인 윤덕민은 4월 4일 니가타현에서 사도광산에서 조선인 강제동원이 있었다고 하나즈미 히데요 니가타현 지사에게 언급하였다. 그러나 “부정적 역사도 있지만 전체의 역사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하였다. 이어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절대 반대는 아니고 긍정적으로 협력하고 싶으며 매우 훌륭한 곳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하였다.
과거 문재인 정부 때는 일본의 세계유산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였다. 2021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발표한 결정문에 하시마(군함도)를 비롯한 근대산업시설 23곳 중에서 7곳에 조선인 강제동원이 있었으나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유감의 견해를 밝혔다.
박근혜 정부도 군함도 등 강제동원 역사를 가진 유산 등재 문제에 대해 적극 대응하였다. 이에 임기 중인 2015년 강제동원 희생자를 기리고 조선인 강제노역을 인정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이런 현 정부의 우호적 분위기 속에 다양한 네티즌의 의견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아무리 보수정권이라도 일본의 강제동원 만행을 지우는 일에 우호적인 입장이라는 것은 너무하다”라며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시 역사 왜곡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였다.
반면 다른 네티즌은 “그동안 과거의 일 때문에 일본이랑 사이가 너무 안 좋았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원만히 합의해서 잘 지내봤으면 좋겠다”라며 한일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기대하였다.
한편, 세계 유산 등재는 잠정 목록 등재, 본 신청서 제출, 자문기구의 현지 실사 및 평가 후 세계유산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서 결정된다. 결정 사항에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확정 짓는 ‘등재’가 있으며, 참여 위원국 모두가 만장일치가 되어야 통과 가능하다.
만약 ‘등재 불가’ 판정을 받으면 같은 유산으로는 재신청이 불가하다. ‘보류’ 판정은 미비한 자료를 보충하여 추가 자료를 제출하면 차기 위원회 회의에서 재심의를 거친다. ‘반려’ 판정은 등재신청서상 내용에 심각한 결함이 있어 원칙적으로 현지 재조사를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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