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멸종위기종 철갑상어
3대 진미 캐비어로 유명
고급 식재료로 활용

한 마리에 약 1,000만 원을 호가하는 생선이 있다. 바로 철갑상어다. 철갑상어는 1억 7,000만 년 전의 조상과 거의 비슷한 외양을 유지하고 있어 실러캔스, 앵무조개 등과 더불어 살아있는 화석으로 분류되는 생물이다. 해당 어종은 이름과 생김새로 인해 상어와 같은 연골어류로 오인되지만, 전혀 다른 경골어류이다.
주로 동아시아, 북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일부 지역, 유럽, 북미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생물은 최대 100년 이상 산다. 이 때문에 엄청 거대하게 자란다. 실제 한국에서 양식하는 철갑상어도 최대 3m까지 자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갑상어는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진귀한 식재료인 캐비어를 낳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고급 캐비어는 1kg당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대에 달한다. 철갑상어 한 마리당 약 3~4kg의 알을 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환산하면 한 마리당 1,000만 원의 몸값을 호가하는 셈이다.
암컷 철갑상어는 7년째부터 알을 품을 수 있지만, 품질을 위해 일반적으로 12년 이상 자란 철갑상어에서 알을 채취한다. 보통 배를 갈라 채취하는데, 이들은 생명력이 강하기 때문에 알을 채취한 이후에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알을 꺼내기 위해 가른 배를 바늘로 꿰매 양어장에 넣으면 1년 뒤 또 알을 품는다.

캐비어의 가공 과정은 의외로 단순하다. 알집에서 알을 분리해 세척하고 첨가물 없이 소금을 넣어 온도와 습도만 조절해 숙성한다. 캐비어의 세포 구조는 인간의 피부 세포 구조와 비슷하고, 셀레늄과 팔미트산 등 기능성 물질이 풍부해 노화 방지, 면역력 증진에도 효과가 있어 맛뿐만 아니라 기능 면에서 효능이 뛰어난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철갑상어는 알뿐만 아니라 철갑상어 자체도 식재료로 활용된다. 실제 북한의 유명 음식점인 옥류관에서는 철갑상어 요리를 판매하고 있다. 과거 영국 왕실 등 유럽 귀족사회에서 철갑상어 요리는 진미로 취급받아 상류층이 즐기기도 했다.
철갑상어의 경우 주로 회와 지리 형태로 소비된다. 횟집에서는 보통 길이 60cm, 1.5~2kg 정도 크기의 철갑상어를 선호한다. 지난달 16일 방송된 EBS 다큐멘터리 ‘극한 직업’ 방영분에 따르면, 화물차가 양식장을 직접 찾아와 횟감을 납품해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하를 위해 화물차에 실리는 철갑상어는 하루 20마리에서 100마리에 달한다. 이들은 서울 강동구의 횟집이나 전라북도 고창의 가공 공장으로 향했다.

철갑상어회는 지방층이 풍부해 기름진 맛을 자랑한다. 부위별로 맛의 차이는 없지만, 식감의 차이가 있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비린내도 거의 없기 때문에 생선 비린내에 민감한 사람도 편하게 먹을 수 있다. 가공 없이 끓여낸 철갑상어탕은 돼지국밥이나 사골곰탕 같은 진한 맛이 난다.
약재와 함께 달여 고급 보양식으로 가공되기도 한다. 고창의 한 공장에서는 철갑상어와 19가지 한약재를 넣고 120~130도에서 24시간 가까이 끓여 액기스를 추출한다. 이 액기스는 철갑상어를 통째로 사용해 깊은 맛을 낸다.

철갑상어는 고급 식재료로 사용되어 남획이 심해진 데다가 환경 오염으로 인해 서식지들이 파괴되면서 깨끗한 물에서 사는 개체의 특성상 야생에서 볼 수 있는 개체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 때문에 야생에서는 보호종으로 지정되었지만, 현재는 여러 나라에서 양식이 가능하여 대량으로 사육되고 있다. 철갑상어 양식장은 물고기 나이에 따라 수조를 구분한다. 어린 개체는 비닐하우스 아래에서, 큰 고기는 노지 수조에서 키운다.
한국에도 철갑상어 양식장이 존재한다. 특히 함양군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ㆍ개체로 운영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함양군 철갑상어영어조합(이사 이수한ㆍ이하 영어 조합)은 지리산 자락 해발 700m 고지에 총 부지 5,000평 규모로 지어져 있으며, 수조 총 60개, 약 4만여 미의 철갑상어를 양식하고 있다.
철갑상어는 생명력이 강해 쉽게 죽지 않지만, 냉수종이라 여름철 수온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또한 3개월 이내의 치어는 80%가 적응력 부족으로 죽기 때문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철갑상어의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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