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출범한 자동차 사업
정부 차원에서의 제지로 난항
2000년 프랑스 르노에 매각

오늘의 삼성을 만든 사람을 꼽으라면 반도체 사업을 일으킨 故 이건희 선대 삼성 회장의 이름이 거론된다. 실제 이건희 선대회장이 삼성전자를 이끈 27년(1987~2014년)간 삼성전자의 주가는 50배, 시가총액은 500배 뛰었다. 이 선대 회장이 취임할 때만 해도 삼성전자의 국내 증시 시가총액 순위는 10위권이었고, 연 매출은 2조 3,000억 원대로 가전 시장에서도 금성사(現 LG전자)에 밀렸다.
이러한 삼성전자는 이 선대회장 취임 직후인 1988년 삼성반도체통신을 삼성전자에 합병시킨 것을 시작으로, 1992년 세계 최초로 64M D램 개발에 성공해 세계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부상했다. 이는 미래를 내다보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탁월한 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선대회장은 휴대전화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1990년대 초에 이미 ‘1인 1 휴대전화 시대’와 ‘제5 이동통신’을 예측했다.

그런 그도 뼈 아픈 실패를 겪게 한 사업이 있다. 바로 ‘자동차’이다. 이건희 선대회장에게 자동차는 현대그룹의 매출을 넘어서기 위한 중요한 열쇠였다. 그의 취임 직후부터 자동차 사업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을 정도다. 그는 “자동차 산업이야말로 전자 산업”이라며 자동차 산업이 곧 전자산업과 밀접한 연관을 맺을 거라는 사실을 예측하면서 자동차 공장 설립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에서 삼성이 국내 모든 사업을 독식하려 한다는 이유로 삼성의 진출에 제동을 걸었다. 이 때문에 삼성중공업이 제출한 대형 상용차 생산을 위한 기술 도입 신고서도 반려됐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산업 진출에 상당한 의지가 있던 삼성은 1992년 720억 원을 투자해 1994년부터 8톤 이상의 대형 상용차를 연간 4,800대씩 생산하기로 했다. 또한, 1993년에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통해 경영이 어려워진 기아차의 지분을 10% 이상 확보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1994년 11월 삼성은 결국 승용차 시장까지 진입 허가를 받았다. 이듬해인 1995년 3월 자본금 1,000억 원 규모로 삼성자동차가 출범했다. 1998년 2월에는 닛산의 ‘세피로’를 기본으로 만들어진 삼성자동차의 첫 양산 모델 중형 세단 SM5가 출시됐다.

하지만 삼성이 자동차 산업으로 진출했던 시기가 좋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정부는 1998년 12월, 5대 그룹도 부채비율이 높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그룹별로 잘하는 산업을 몰아주는 소위 ‘빅딜안’을 빼 들었다. 이에 1998년 10월 기아차 인수가 무산된 삼성그룹은 1999년 6월 삼성자동차의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
2000년 삼성자동차는 프랑스의 르노에 매각됐다. 이후 삼성자동차는 르노삼성자동차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르노삼성자동차에서 ‘삼성’이라는 명칭은 2020년 삼성 브랜드 사용권이 만료되면서 완전히 사라졌다. 브랜드 사용권 계약이 연장되지 않으면서 2년의 유예 기간을 거친 르노삼성자동차가 2022년 초 르노코리아자동차로 사명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후 르노코리아자동차는 2024년 르노코리아로 사명을 한 차례 더 변경했다.

한편, 삼성은 이후에도 자동차 관련 사업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016년 80억 달러(약 9조 원)에 하만 인터내셔널(이하 하만)을 인수하며 자동차부품으로의 사업 확대에 힘을 실었다. 주력인 스마트폰과 TV 등 하드웨어(HW) 성장이 둔화함에 따라 반도체 사업에 편중된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시도였다.
여기에 최근 삼성전자는 하만을 통해 5,000억 원 규모의 미국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하만이 인수하는 럭셔리 프리미엄 오디오 사업은 바워스앤윌킨스를 비롯해 데논, 마란츠, 폴크, 데피니티브 테크놀로지 등이다.
하만은 이번에 인수하는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을 하만의 라이프스타일 사업 부문과 합칠 계획이다. 이는 2025년 608억 달러에서 2029년 700억 달러까지 성장할 컨슈머 오디오 시장에서 글로벌 1위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댓글1
기아 인수했으면
삼성이 애초 기획대로 기아를 인수했으면 문제될 일 없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