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도 주류 사업 진출
연예인 술 브랜드 잇따라
일시적 유행은 리스크
연예인들이 주류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히 얼굴만 내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제품 기획과 개발, 브랜드 운영까지 참여하는 추세다. 브랜드 이미지와 독창적 아이디어를 결합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지만, 화제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30일 유통 및 주류 업계에 따르면 가수 지드래곤(G-DRAGON, 이하 지디)은 BGF리테일과 협업해 편의점 CU에서 ‘피스마이너스원 하이볼’을 출시할 예정이다. 해당 제품은 와인을 베이스로 생레몬을 첨가한 하이볼로, 지디의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과 IP(지식재산권)를 연계해 만든 상품이다. 생레몬 슬라이스는 데이지 꽃 모양으로 형상화됐다.
BGF리테일 측은 “하이볼 소비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슈퍼스타와 협업한 단독 제품 출시는 시장에서 주목받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하이볼 제품 매출은 지난해 대비 약 3배(28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디처럼 주류 시장에 발을 들인 연예인은 이미 다수 존재한다. 2022년 래퍼 박재범은 ‘원스피리츠’를 설립해 증류식 소주인 ‘원소주’를 출시했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공식 출시 행사에서는 첫날에만 준비된 2만 병 중 절반이 판매됐고, 이후 GS25에서는 20~30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끌며 전체 주류 상품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가수 성시경은 자신의 이름을 딴 ‘경탁주 12도’를 출시했다. 초도물량 5,000세트(1세트당 2병입)는 1시간 만에 완판됐다.
방탄소년단(BTS)의 진은 충남 예산에서 백종원 대표와 함께 전통주 브랜드 ‘아이긴(IGIN)’을 출시했다. 아이긴은 백 대표 고향인 충남 예산의 특색을 가미한 전통주다. 해당 사업을 위해 BTS 진과 백종원은 2022년 12월 충남 예산군에 본사를 둔 농업회사법인 ‘지니스램프’를 설립했다. 지니스램프는 진이 과거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작업실 이름으로 사용하고 싶다고 언급한 이름이기도 하다.
2022년 BTS 유튜브 채널 방탄TV에서 방영된 ‘취중진담’ 에피소드에서는 진과 백종원이 전통주 명인 박록담과 함께 전통주를 시음하며 한국 전통주를 홍보한 바 있다. 또한 진은 앞서 자신이 만든 술을 멤버 제이홉과 이연복 셰프, 배우 박서함 등 지인들에게 선물하며 꾸준히 주류 개발에 대한 애정을 보여왔다.
개그맨 신동엽은 세븐일레븐과 협업해 ‘블랙서클 위스키’를 선보였다. 이 외에도 가수 소유의 ‘쏘하이볼’ 등 연예인 참여 주류 브랜드가 잇따라 출시되며 품절 사례가 잇따랐다. 연예인 주류 브랜드가 급증한 배경에는 주류 업계와 연예인 간의 이해관계 일치가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직접 참여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보인다”며 “양조회사나 유통사 입장에서도 침체한 주류 시장 속에서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K팝과 K드라마를 통한 한류의 확산으로, 한국 연예인 브랜드는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업 모델이 일시적인 화제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꾸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과거 배우 김보성의 ‘의리남 소주’, 가수 윤미래의 ‘미래 소주’, 가수 겸 배우 임창정의 ‘소주 한잔’ 등은 현재 모두 단종된 상태다. 박재범의 ‘원소주’ 역시 매출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한 상황이다.
원소주의 제조사인 원스피리츠는 지난 4월 25일 매출 감소로 감사보고서 제출 대상에서 벗어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자, “비상장사의 외부 감사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감사보고서 제출을 진행하지 않게 됐다”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큼 더 큰 도약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준비 중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초기에는 연예인 관련 스토리로 주목을 받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들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더 중시하게 된다”며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선 트렌드에 맞는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화제성이 큰 만큼 리스크도 크다”며 “전문 양조업체나 경영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책임과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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