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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재계 7위였는데…전두환 한마디에 해체된 비운의 기업

윤미진 기자 조회수  

국제상사 모태로 한 국제그룹
한때 재계 순위 7위에 등극
1985년 부실기업 명목으로 해체

출처 : MBC '마지막 승부'
출처 : MBC ‘마지막 승부’

1990년대 한국에서는 농구 열풍이 일었다. 당시 MBC는 ‘마지막 승부’를 방영하고 있었고, 유명 농구 만화인 ‘슬램덩크’도 실시간으로 연재되고 있을 시기였다. 이에 농구화에 대한 열풍이 일면서 그 인기가 나이키, 아디다스에 뒤지지 않던 국내 브랜드가 존재한다. 바로 국제그룹의 ‘프로스펙스’다.

프로스펙스의 시작은 ‘왕자표 고무신’부터였다. 정미소를 경영하던 아버지 밑에 태어난 양정모 창업주는 1947년 부산 동구에 국제고무공장사를 설립해 ‘왕자표 고무신’을 제조했다. 당시 왕자표 고무신은 높은 품질로 여타 다른 고무신들을 제치고 압도적인 인기를 끌었다.

출처 : 유튜브 채널 'hipardnogal'
출처 : 유튜브 채널 ‘hipardnogal’

그러나 1960년 왕자표 고무신을 만들던 제조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직원 62명이 숨지고 39명이 다치는 등 대참사가 벌어졌다. 이에 사업을 접을 뻔한 위기가 찾아왔지만, 양 창업주는 오히려 사명을 국제화학으로 변경하고 고무신 대신 ‘왕자표 운동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자연스럽게 고무신이 운동화로 대체되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국제화학은 빠른 성장을 거뒀다. 1962년부터는 국내 신발 기업 최초로 미국에 운동화를 수출했다.

수출 사업을 시작한 국제화학은 1973년 사명을 국제상사로 변경하고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다. 국제상사는 ​1975년 11월 ​정부로부터 ‘종합무역상사’로 지정됐다. 이후 국제상사는 본격적으로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국제상사는 조광무역, 인실제강, 국제종합엔지니어링, 연합철강 등을 인수하며 호텔업, 건설업까지 진출해 빠르게 성장해 나갔고, 1980년 국제그룹으로 거듭났다.

출처 : 프로스펙스
출처 : 프로스펙스

양정모 창업주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업 확장에 나섰다. 그는 당시 소득수준이 높아지며 국민이 해외 브랜드인 나이키, 아디다스 운동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이에 위탁 생산을 하던 미국의 브랜드 ‘스펙스’를 인수해 1981년 ‘프로스펙스’라는 브랜드로 리브랜딩했다. 국제그룹은 막대한 자본력으로 프로스펙스를 홍보했고, 미국 월간지인 ‘러너스 월드’로부터 미국 6대 스포츠화로 선정될 정도로 품질도 인정받는 등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1985년 2월 21일, 국제그룹은 갑작스러운 해체 소식과 함께 무너졌다. 국제그룹의 규모와 실적에 대비해 부채비율이 높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다만 사람들은 국제그룹의 갑작스러운 해체로 인한 충격에 휩싸였다. 해체 당시 이러한 상황은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였고, 국제그룹은 국내 10대 재벌 중 하나로 손꼽히던 그룹이었기 떄문이다.

출처 : KBS
출처 : KBS

이에 재계에서는 당시 양정모 회장이 ‘일해재단’ 사건으로 전두환 정권에 미움을 받고 해체됐다고 추측했다.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로 인해 숨진 희생자 유족을 지원하고자 했던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일해재단을 설립해 대기업들에 운영비 명목으로 600억 원을 받아냈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51억 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45억 원을 헌납한 데 비해 양정모 창업주는 5억 원만 헌금해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미움을 샀다는 것이다.

실제 전두환은 국제그룹의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을 주기 위해 재무부 장관에게 지시하여, 관련 금융 기관의 국제그룹 여신 지원 방침을 전면 취소하고 이를 알리지 않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1985년 2월 7일~11일 사이 전두환은 재무부 장관에게 비밀리에 국제그룹 해체와 관련한 지시를 내렸다.

이에 재무부 장관은 2월 20일 제일은행장을 불러 국제그룹의 자구 노력 이행 계획을 무단 파기하고, 국제그룹의 전면 해체를 지시했다. 이튿날인 2월 21일 제일은행장은 국제그룹의 전면 해체 방침을 발표했다. 여기에 주식 및 경영권 양도 가계약과 주식 매매 계약서에 서명 날인을 강제로 받으면서 재계 서열 7위의 국제그룹은 해체됐다.

출처 : KBS 뉴스
출처 : KBS 뉴스

이후 국제그룹 계열사는 그보다 작은 회사들에 인수돼 뿔뿔이 흩어졌다. 한일합섬이 국제상사의 신발 부문 프로스펙스를 인수했고, 동국제강은 연합철강, 극동건설은 국제상사의 건설 부문과 증권사를 인수했다.

양정모 전 회장은 1987년 ‘국제그룹 복권 추진위원회’를 설립했다. 이후 1988년 2월 전두환이 퇴임하자, 그해 4월 1일부터 법정 투쟁을 시작했다. 이에 1988년 10월 국회는 국정 감사에서 재무부, 은행감독원, 제일은행 등으로부터 국제그룹에 대한 부실기업 정리 자료를 제출받아 국제그룹 해체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였다.

이를 계기로 1989년 2월, ‘국제그룹 복권 추진위원회’는 공권력 행사로 인한 재산권 침해에 대한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7년 동안 이어진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1993년 7월, 헌법재판소로부터 국제그룹 해체 결정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받으면서 부실기업이라는 오명을 씻었다. 그러나 그는 그룹 재건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양 전 회장은 1998년 부산도시가스 사외이사 추대 이후 고향인 부산에서 생활하다가 지난 2009년 서울대학교 병원 중환자실에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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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오

    70대 이상 국민들은 군사독재 정권에게 자유와 권리를 찬탈당한 째 흑인노예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살았었다. 이번 군사 계엄령 포고령 1호를 보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아직도 성조기까지 흔들면서 밤샘시위,거리점검, 관공서 침범, 기물파손 등 범법행위를 일삼은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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