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인한 고수온 문제
오징어, 갈치 등 어획량에 영향
어장 이동으로 산지 생산량 감소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수산물이 작년 동월 대비 4.9% 올라 2023년 8월(6.0%)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에 ‘피시플레이션’(수산물을 뜻하는 ‘Fisheries’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Inflation’의 합성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격 상승에 일조한 해산물들은 오징어, 갈치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연근해 신선 냉장 오징어의 평균 산지 가격은 지난달 1㎏당 9,511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3,908원)보다 143.4% 올랐다. 오징어 도매 가격도 지난달보다 12.9% 오른 1만 9,332원으로 집계되었다. 갈치 가격도 상승했다. 지난달 말 기준 서울에서 국산 냉장 갈치 한 마리 가격은 1만 8,400원으로 1년 전보다 22.2% 올랐다.

이러한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어획량의 감소가 있다. 기획재정부가 21일 발표한 ‘2024 어업생산동향조사 결과(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어업생산량은 3,610톤으로 1년 전보다 2.2% 감소했다. 특히 갈치, 오징어의 어획량은 20% 이상 줄었다.
전국 오징어 생산량은 1990년대 이후 10만 톤 이상을 유지하다 2017년 처음으로 10만 톤 아래로 감소했다. 이후 2021년 6만 1,000톤을 기록한 뒤 3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전국 연근해 살오징어 생산량은 1년 전보다 42% 줄어든 1만 3,546톤으로 집계되며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20년 전인 2004년의 21만 3,000톤과 비교하면 약 16분의 1 수준으로, 20만 톤이 줄어든 셈이다.

오징어의 2월 생산량도 1월보다 91% 감소한 194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달보다 2.0% 감소한 수준이다. 갈치는 지난해보다 26.6% 감소한 4만 4,000톤으로 나타났다. 올해 2월에는 917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55.6% 줄어든 생산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어획량 감소에는 기후 변화로 인한 바닷물의 수온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전년과 평년 대비 2℃~4℃ 높게 형성된 수온의 영향으로 어군이 분산되면서 생산량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발표한 ‘2023 수산 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5년간(1968년~2022년)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약 1.36℃ 상승했다. 이러한 상승 폭은 전 세계 평균보다 약 2.5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같은 기간 동해의 표층 수온은 1.82℃나 상승했다.

강수경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징어는 난류성 어종이기 때문에 1990년대 우리나라 해역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어획량이 급증했으나, 근래에는 수온이 너무 높아지면서 어군이 분산되어 오히려 조업 효율이 감소했다“라고 원인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 환경과 생태계 변동을 감시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최근 ‘2025년 해양 기후변화 감시·예측 정보 통합 생산’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수온과 해수면, 염분, 해류 등 기후 요소를 감시해 해양기후 장기 예측 시나리오를 생산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수부는 고등어, 오징어, 갈치, 명태 등의 생산량, 산지 가격, 재고량, 수출·수입량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수급과 가격 변동성을 예측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117년여 된 어업 규제를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어업 생산량 관리를 실시한다.
어획 가능 물량을 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어획을 허용하는 총허용어획량(TAC) 제도, 할당량 내 물량을 거래할 수 있는 양도성 개별 할당제(ITQ)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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