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라인 대주주 위협
日 정부, 해킹 걸고넘어져
결제, 배달 등도 위기 맞아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라인은 지난 2011년 네이버가 일본 법인이었던 네이버 재팬을 통해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다.
지난 2023년 12월 기준 일본에서 라인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약 8,600만 명이며 단순 이용자 수치로만 따진다면 9,600만 명 이는 일본 전체 인구의 약 68%에 이르는 단일 앱 이용으로는 최고 수준에 달한다. 또한 한국의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의 사용자 수보다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로 일본 내에서 라인은 일상생활의 일부분으로 녹아들었다.
라인은 일본의 관공서 등 정부 기관 업무에도 사용되어 일본 정부가 이번에 라인 모기업인 ‘네이버 지우기’에 칼을 빼든 모습이다.
일본에서 라인이 깊이 뿌리내린 배경으론 ‘동일본 대지진’이 있다. 당시 큰 재난으로 일본은 전국적으로 통신이 마비되는 등 대혼란을 맞닥뜨린 적이 있다. 아날로그를 중요시하는 일본은 지진이 발생했을 무렵 IT기술 개발이 다른 나라보다 느렸고, 받아들일 문화 또한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국의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같은 인터넷 기반 서비스가 존재했을 경우 피해 규모가 미미했을 수 있지만, 당시 일본은 인터넷 기반 연락 매체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피해가 커진 셈이다. 인터넷은 원래 미국이 핵전쟁에 대비해서 개발했으며, 우회로를 통한 망을 이용해 안전성이 높은 시스템으로 재난 등에 강력한 서비스다.
이 때문에 한국 시장에선 이미 후발 주자였던 네이버 라인이 일본에 진출하면서 일본의 국민 메신저가 되는 등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라인이 가진 큰 장악력은 역설적으로 네이버의 입지에 위협을 가하는 상황이다. 지난 1일 IT업계 및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정부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이메일 서한을 지난해(2023) 발생한 라인야후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하여 네이버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라인야후 전반적인 서버 관리는 네이버가 맡아 보호하고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해킹 사건이 발생한 지 반년가량 흘러간 시점이고, 필요한 조치가 완료된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나서서 한국 측에 조사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모습”이라며 “앞서 일본 정부가 행정 지도를 통해 ‘네이버는 라인야후 경영에서 손을 떼라’는 시그널을 준 것을 고려했을 때 압박의 수위를 점진적으로 높여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일본 전문가에 따르면 일본 내에서 점유율 70% 이상을 유지하는 라인 메신저의 영향력은 일본 정부가 우방국으로 지정한 한국의 기업을 상대로 압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기업인 네이버가 라인을 이용하는 일본인의 정보를 활용하는 것을 우려한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한국에서 라인야후와 관련 있는 개인정보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네이버를 비롯해 확인을 요청한다”라는 취지의 촉구 서한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은 한국 정부에서 자체 조사를 마친 뒤 일본 정부에서 나서서 추가 요구를 나서 이례적인 평가와 함께 네이버 입지에 대한 우려의 반응이 잇따랐다.
지난해 9월 네이버 클라우드와 라인야후가 함께 데이터 보안 등을 위탁하고 있는 한국의 회사 PC가 악성 코드 등에 감염됐고, 이를 통해 해커가 일본의 라인야후 사내 시스템에 침투한 흔적이 발견돼 사회적 파문이 발생했다.
통상 이런 경우 관련 조치에 의한 필요한 후속 처리가 요구되고, 벌금 및 법적 조치하고 마무리되지만, 이번에 일본 정부는 네이버를 모기업으로 둔 라인야후에 대해 2차례의 행정 지도를 통해 ‘네이버와 관련한 지분 재조정’을 요구하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네이버는 일본 정부에 의해 라인야후의 모회사 A홀딩스의 지분 가운데 50% 가까이 소프트뱅크에 넘기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한국 기업인 네이버가 라인야후의 지분 절반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킹 등에 대한 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일본 정부의 압박은 단순히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인 라인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네이버는 라인을 공동으로 소유한 것처럼 일본의 검색 포털 엔진인 야후재팬도 소프트뱅크와 각각 절반가량 소유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압박을 받고 있다.
야후재팬은 한국의 1위 포털인 네이버와 같이 일본 시장에서 검색 포털 엔진 1위를 자랑한다.
네이버가 해당 사업을 뺏기는 경우 결제나 배달 등 다양한 분야와 관련한 사업도 놓치게 되는 셈이다. 만약 네이버가 일본에서 해당 지분을 잃게 될 경우, 영업 손실이 천문학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라인은 일본뿐만 아니라 대만과 태국에서도 지배적으로 사용되는 메신저로 전 세계에서 약 2억 명 가까이 이용하는 대형 플랫폼이다. 한국에선 라인의 이용자 수가 카카오톡에 밀리는 상황이지만, 사실은 카카오톡보다 훨씬 큰 회사인 셈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정부에서 국내 대형 기업을 위해 적극적인 대응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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