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당근, 재택근무 폐지
IT 기업들, 대면 협업 강화
미국도 출근 확대, 아마존 합류

“네이버가 결국 재택근무를 접는다.” 한때 IT 업계에서 가장 유연한 근무 형태를 자랑했던 네이버마저 전면 출근을 선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확산했던 재택근무 문화가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역 생활 커뮤니티 서비스를 운영하는 당근은 5월부터 주 2회 시행하던 재택근무를 주 1회로 줄이고, 이후 전면 출근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당근 측은 “대면 근무의 장점인 활발하고 긴밀한 소통과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하며, 조직 운영과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들었다.
티맵모빌리티 역시 상반기 내 재택근무 정책을 종료할 방침이다. 2020년 설립 이후 자율 재택근무를 시행해 왔으나, AI 기술 개발과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 직원이 사무실에서 협업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기반 서비스가 복잡해질수록 조직의 집중도가 중요해지면서 대면 협업이 강조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반면 카카오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올해 초 전면 출근제를 도입했다가, 노조와의 갈등 끝에 주 1회 재택근무를 다시 허용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재택근무 부활과 비과세 식대 20만 원 인상, 결혼 경조금 100만 원 인상 등의 조건을 담은 합의안을 도출했다. 특히 사측이 제안한 ‘오전 11시~오후 4시 집중 근무제(코워크)’가 노조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나, 최종적으로 ‘권장’하는 수준에서 합의를 보면서 협약이 성사됐다.
네이버는 주요 IT 기업 중에서도 마지막까지 재택근무를 유지하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재택근무를 폐지하는 논의가 본격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이해진 창업자가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자격으로 “네이버 직원 근무 형태를 분석한 보고서”를 검토한 뒤, 재택근무 완전 폐지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에 따르면, 상당수 네이버 직원이 본업 외 부가 사업(사이드잡)이나 투자에 집중하며 생산성이 저하되는 문제가 지적됐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최근 AI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 실제로 이해진 창업자는 지난해 최수연 대표와 CIC(사내 독립 기업) 본부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위기의식을 강조하며 복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경영진이 올봄 재택근무를 전면 폐지하는 것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라고 전했다. 네이버의 이런 움직임은 오픈AI, 메타, 테슬라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대면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실제로 샘 올트먼 오픈AI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은 줄곧 대면 근무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한편, 미국 기업들도 재택근무를 줄이면서 사무실 출근율이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지난달부터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주 5일 출근제를 도입했다. 아마존은 팬데믹 기간 재택근무를 허용하다가 2023년 5월부터 주 3일 출근 체제로 전환했으며, 올해부터는 전면 출근을 원칙으로 정했다.
아마존의 앤디 재시 CEO는 “지난 5년간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것이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다”라며 “사무실 근무를 통해 직원들이 더 쉽게 배우고, 협업하며, 기업 문화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업체 AT&T도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주 5일 사무실 근무를 재개했으며,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과 IT 기업 델 테크놀러지는 내달부터 동일한 방침을 시행할 예정이다. 다만, 일부 기업들은 충분한 업무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사무실 복귀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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