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상권 공실 속출
높은 임대료에 기업 탈출
‘병세권‘으로 전락
‘강남역, 더 이상 불패 상권이 아니다?’ 한때 대한민국 상권의 중심으로 불리던 강남역 일대가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화려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이제는 공실과 폐업이 잇따르며 강남역의 추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카카오프렌즈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의 폐점, 잇따른 건물 매각, 상가 공실률 증가 등 여러 현상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카카오프렌즈의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로 2016년 문을 연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는 개점 당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개점 당일 1500명이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하며, 카카오의 캐릭터 사업 성공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카카오는 오프라인 매장 축소와 운영 효율화를 이유로 1월 19일, 이 매장을 폐점한다.
카카오프렌즈 강남점의 폐점은 단순히 한 매장의 종료를 넘어 강남역 일대 상권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내수 침체와 소비 패턴 변화로 강남역의 상징적 상권이 급속도로 붕괴하고 있다. 강남역 일대는 과거 유동 인구가 많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던 ‘불패 상권’으로 불렸지만, 현재는 공실 문제와 쇠락의 위기가 눈앞에 드러나고 있다.
2024년 3분기 기준 서울 주요 업무 권역의 A급 사무 빌딩 공실률은 3.1%를 기록했으며, 강남 권역은 3.0%로 전년 대비 1.4%포인트 급등했다. 강남 오피스 공실률이 3%대를 기록한 것은 2021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이러한 공실률 증가는 강남의 높은 임대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강남 권역의 3.3㎡당 평균 임차료는 12만 6,489원으로, 다른 권역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비싼 임대료로 인해 기업들은 강남 중심에서 외곽 지역으로 이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카카오스타일은 판교로, 프레시지는 수서동으로, SSG닷컴은 영등포로 본사를 옮겼다. 이러한 움직임은 강남 상권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공실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강남역 일대의 공실 문제는 대로변뿐만 아니라 골목 상권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음식점, 카페, 의류 매장 등으로 가득 찼던 상가들은 이제 피부과, 성형외과 등 병원으로 채워지며 ‘병세권’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남역 11번 출구 일대는 ‘임대 문의’ 딱지가 붙은 건물이 줄지어 늘어서 있으며, 유명 레스토랑과 카페, 영화관 등도 문을 닫았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강남역 대로변 공실이 심각한 수준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상권이 무너졌고, 소비자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 패턴이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하락한 것도 강남역 상권 붕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방송인 강호동이 2018년 141억 원에 매입했던 신사동 건물을 166억 원에 매각한 것도 강남 상권의 침체를 방증한다. 강호동의 건물은 매입 이후 한때 공실 상태였으며, 최근 임대차 계약 종료로 다시 전층 공실로 남아 있다. 강남 가로수길 상권은 압구정 로데오와 성수동 등으로 소비 수요를 빼앗기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호동이 적절한 시기에 매각했지만, 취·등록세와 양도세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이익은 미미했을 것으로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강남역 상권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내수 침체와 임대료 상승, 소비 패턴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면서 상권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K뷰티 열풍으로 의료 관광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어, 강남역 일대 병원과 의원 중심의 상권이 유지될 가능성은 높다.
강남역 상권은 한때 대한민국 소비와 문화의 중심지였으나, 현재는 공실과 쇠퇴의 상징이 되고 있다. 강남역이 다시 활기를 찾기 위해서는 상권 활성화를 위한 혁신적인 전략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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