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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한국 최고 재벌가의 맏딸…‘이부진’ 전에는 ‘이 사람’이 있었다

한국 최고 재벌가의 맏딸…‘이부진’ 전에는 ‘이 사람’이 있었다

임정혁 에디터 조회수  

한솔그룹 이인희 고문
”사내였으면 그룹 맡겼다“
이부진, ‘두을장학재단’ 승계

한국 최고 재벌가의 맏딸...‘이부진’ 전에는 ‘이 사람’이 있었다
출처 : 삼성

지난해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이 고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맡아 키우던 국내 최초 여성 전문 장학재단인 ‘두을장학재단’ 이사장 자리를 넘겨받은 가운데 한솔그룹 이인희 고문이 어떤 인물인가에 시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인희 고문은 당초 한국 최고 재벌가의 맏딸로 알려지며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이인희 고문이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맏딸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병철 회장과 박두을 여사의 장녀이자 맏이로 태어난 이인희 고문은 1949년 이화여자대학교 가정학과를 다니다가 중퇴했다.

이후 그는 50살의 나이로 지난 1979년 호텔신라 상임이사로 선임돼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당시 이인희 고문은 재임 중 제주신라호텔을 짓는 등 경영 일선에서 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인희 고문은 제주신라호텔을 ‘내 혼이 담긴 역작’이라고 자부할 정도로 아끼기도 했다.

한국 최고 재벌가의 맏딸...‘이부진’ 전에는 ‘이 사람’이 있었다
출처 : 삼성

이인희 고문이 호텔신라의 경영을 맡았을 당시 이를 지켜본 이병철 회장은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사내로 태어났으면 그룹을 맡겼을 큰 재목인데”라며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그가 서울신라호텔 전관 개·보수 작업과 제주신라호텔 건립 등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다만, 1983년부터 한솔제지 전신인 전주 제지의 고문을 맡은 이인희 고문은 1991년 전주 제지를 삼성그룹에서 분리해 독자 경영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기 이인희 고문은 전주 제지의 사명을 순우리말인 ‘한솔’로 바꿔 한솔제지로 사명을 변경했다.

당초 국내 대기업 집단 중 순 우리말을 사용해서 사명을 지은 건 한솔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인희 고문이 이끈 한솔제지는 삼성그룹에서 독립한 이후 독자 경영을 통해 국내 최고의 제지회사로 성장했다. 이에 이인희 고문은 현재까지 여성 경영인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한국 최고 재벌가의 맏딸...‘이부진’ 전에는 ‘이 사람’이 있었다
출처 : 뉴스 1

한솔그룹은 이인희 고문의 손에서 인쇄용지, 산업 용지, 특수지 등에 투자해 한솔제지가 종합 제지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어 한솔은 한솔홈데코, 한솔로지스틱스, 한솔테크닉스 등 다수 계열사를 설립해 그룹의 면모를 갖춰나갔다.

다만, 한솔그룹의 사업이 순탄 대로를 겪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는 지난 한솔이 1996년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그룹의 외형을 한 단계 넓히는 듯했으나, 외환위기 이후 산업계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 기조와 LG, SK 등 국내 이동통신 사업을 하는 국내 대기업들과의 자금력 싸움에서 밀리며 통신 사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이후 전주 제지 공장을 매각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뒤따랐고, 이인희 고문은 직접 그룹 구조조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인희 고문은 가족의 화목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이병철 회장의 장남 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동생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상대로 낸 유산분쟁 소송 당시 1심에서 이건희 회장이 승소하자, 이인희 고문은 “이번 판결로 집안이 화목해지기를 바란다”며 화해를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삼성가 맏이의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출처 : 한솔그룹

이인희 고문의 행보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전통문화 계승과 문화 예술계 후원을 위해 1995년 한솔문화재단을 설립하고, 2013년에는 뮤지엄 산을 건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 2000년 모친인 박두을 여사의 유지를 지키기 위해 국내 최초로 여성 전문 장학재단인 ‘두을장학재단’ 설립을 추진해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여성 인재 발굴에 힘쓰기도 했다.

두을장학재단은 이인희 고문을 비롯해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 故 손복남 CJ그룹 고문, 홍라희 전 리움 관장 등 삼성가의 딸과 며느리들이 여성 지도자 육성을 위해 재단 초기 기금 조성에 참여하며 운영되어 왔다.

이에 재단 측은 해당 기금을 기본 재산으로 이자 수익 등을 통해 23년간 109억 원 상당을 지원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인희 고문이 지난 2019년 타계한 이후 해당 재단은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 이어받았다. 이에 따라 이부진 사장은 지난해 2월부터 두을장학재단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며 사재 10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출처 : 두을장학재단

한편, 이부진 사장이 두을장학재단의 이사장을 맡은 데에는 한솔 측의 요청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한솔그룹은 이부진 사장이 재단을 맡길 바란다는 이인희 고문의 유지 등을 이유로 이부진 사장에게 이사장직을 수락해 줄 것을 꾸준히 권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호텔신라의 한 관계자는 ”이인희 고문의 별세 후 유지에 따라 두을장학재단 이사장직을 고민해 오다 책임감을 느끼고 이사장직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부진 사장을 향해 ‘포스트 이인희’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이는 이인희 고문과 이부진 사장이 20여 년의 간격을 두고 호텔신라에서 경영수업을 받으며 경영 성과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어 두 사람이 삼성가의 맏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당초 삼성가가 여성의 경영 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는 점과 삼성가의 정신이 두을장학재단에 녹아 있다는 점에서 재계는 이부진 사장이 두을장학재단의 이사장직을 맡은 것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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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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