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변호를 맡았던 석동현 변호사가 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의 배후로 지목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장 의원의 발언에 허위 사실이 포함돼 있었다고 판단하면서도 위법성을 부정하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인 판단이라는 반응과 함께 논란이 커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 사이에서 법원이 정치적 발언의 정당성을 넓게 인정한 이번 판결은 정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윤찬영)는 지난 13일 석 변호사가 장 의원을 상대로 낸 1억 원 규모의 민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를 가리는 영장실질심사와 이를 둘러싼 법원 앞 집회 과정에서 비롯됐다.
당시 석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 자격으로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출석했으며 이후 구속영장 발부가 결정되자 일부 시위대가 법원 건물 외벽을 훼손하고 경찰과 충돌하는 등의 물리적 행위를 벌였다.

며칠 뒤 장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석 변호사가 시위 당일 새벽 법원 인근 식당에 있었다는 정황과 동석자 관련 제보를 근거로 사태 배후 가능성을 언급했다. 발언이 공개된 이후 석 변호사는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니며 자신이 폭동을 유도한 인물로 비춰지도록 의도된 표현이라는 점에서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장 의원의 발언이 허위 사실을 포함하고는 있으나, 공적인 영역에 대한 정치인의 비판적 견해로 판단된다고 보았다. 법원은 해당 발언이 특정 정당 인사를 향한 공격이라기보다 공공의 이해와 관련된 사안에 대한 문제 제기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표현 방식이 지나치게 악의적이거나 비상식적인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는 점도 위법성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석 변호사가 단순한 개인이 아닌 공적 활동을 활발히 해온 인물이라는 점도 판단에 반영됐다. 재판부는 석 변호사가 대통령 국민변호인단 단장으로서 주요 정치적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혀온 만큼 사회적 비판에 대한 수용 범위가 일반인보다 넓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장 의원의 발언이 사실과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위법 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정치적 발언과 명예훼손 사이의 경계를 판단하는 데 있어 하나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원은 공익적 맥락에서의 정치적 표현을 일정 범위까지 보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으며 향후 유사 사례에서도 공인의 사회적 지위와 발언의 목적이 주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정치적 논쟁과 법적 책임 사이의 균형을 놓고 벌어진 대표적인 사례로, 향후 정치인의 발언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때 어떤 기준이 적용될지를 가늠케 한다. 특히 공적 인물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단순한 사실관계 여부를 넘어 발언의 맥락과 사회적 기여도, 그리고 표현의 자유 범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된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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