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복지부 공무원, 청사 앞에 줄 선 이유
출입 시 초록불=통과, 빨간불=해고
직원들 “오징어 게임 같아…. 모욕적”

지난 4월 1일 (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의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충격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직원들이 출근 직후 길게 줄을 서서 해고 여부를 확인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출입증을 단말기에 태그한 뒤 초록불이 들어오면 통과, 빨간불이 켜지면 그 자리에서 해고되었다는 뜻이라고 전해진다.
2시간 동안 줄을 선 뒤 출입증을 갖다 대자 빨간불을 확인한 직원은 인터뷰에서 “그것은 마치 ‘오징어 게임’ 같았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에서 등장하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미국 시청자들에게 빨간불과 초록불로 각인되며 ‘레드 라이트, 그린 라이트'(Red light, Green light)’로 불린다. 실업자와 노동자의 운명이 출입증 태그로 갈린 상황을 순식간에 생사가 오가는 ‘오징어 게임’ 장면에 빗댄 것으로 보인다.

WTOP 방송은 이날의 상황을 두고 “농담이 아니었다”며 “출입증이 작동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었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해고된 직원들은 이 과정에서 느낀 모욕감을 토로했다. 한 직원은 “빨간불이 뜬 뒤 짐을 챙기려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면 누군가 동행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오전 5시에 출근했다가 주차장 입구에서 해고 사실을 알게 된 다른 직원은 “연방 정부가 직원들을 고문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러한 사태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연방정부 효율화 정책의 일환이다. 미 언론에 따르면 복지부를 포함, 산하기관인 식품의약국(FDA),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서도 본격적인 대규모 해고가 시작됐다.

현재 미국 보건복지부 소속 직원은 총 8만 2천 명 수준으로, 이번 해고자 1만 명 외에도 추가로 1만 명이 정부효율부(DOGE)가 주도하는 일명 ‘자발적 퇴직 프로그램’에 따라 직장을 떠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통해 연간 18억 달러(약 2조 6천억 원) 규모의 비용 절감 계획을 밝혔다.
해고된 직원들은 이 사태가 향후 지역사회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정신건강 및 약물 이용과 관련된 부서 직원들은 해당 업무가 그동안 많은 생명을 구했다고 강조한다. 한 직원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이 증가할 것이고, 소외된 지역사회는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전문가들 또한 식품 의약품 안전과 공중보건 분야의 핵심 인력이 대거 감원되는 것을 놓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나 약물 중독 사태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는 중앙정보국(CIA) 본부를 방문해 조직 개편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CIA가 직원 해고와 관련된 법원 소송에서 패배한 직후 이루어진 방문이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정부 감축 정책은 ‘재정 효율화’라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지만, 그 실행이 매우 극단적인 방식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효율적인 정책 집행과 국민들의 안전 사이에서 균형점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놓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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