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흘리면서…” 이스라엘군에게 납치 당했다는 오스카 수상 감독

팔레스타인 출신의 다큐멘터리 감독 함단 발랄이 자택에서 정체불명의 무장 인물들에게 폭행당한 뒤, 구급차로 이송되던 도중 이스라엘 군에 의해 납치됐다. 현재까지 그의 소재와 상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AFP와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발랄은 요르단강 서안 수샤 마을 자택에서 복면을 쓴 이스라엘 정착민들에게 공격을 받았다. 그는 머리와 복부에서 출혈이 있는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당시 현장에는 미국 NGO ‘유대인 비폭력 센터’ 소속 활동가 5명도 있었으며, 이들 역시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단체는 수십 명의 정착민이 곤봉, 칼, 소총 등을 들고 마을을 습격했다고 전했다.

다큐멘터리 공동 감독 유발 아브라함은 SNS를 통해 “발랄이 스스로 구급차를 불렀지만, 군인들이 차량에 들어와 그를 끌고 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공동 감독 바젤 아드라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현장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 그를 강제로 데려가는 장면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자택 주변에서 정착민들이 돌을 던지고 있었고, 이스라엘 군과 경찰은 총기를 사용하며 주변 접근을 통제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AFP의 질의에 대해 “현재 상황을 확인 중”이라는 짧은 입장을 밝혔다. 함단 발랄은 202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 ‘노 아더 랜드(No Other Land)’로 수상한 바 있다. 해당 작품은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에 의해 집과 토지를 위협받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삶을 조명했다. 감독진은 수상 이후 이스라엘 극우 세력으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아왔다고 전해졌다. 한편, 해당 사건에 대한 국내외 네티즌 반응도 뜨겁다. 다수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정책과 군의 개입 여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과거 피해자였던 유대인이 가해자의 위치에 섰다는 역사적 아이러니에 대해 성토하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