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DEI 정책 폐기 선언
메타·아마존·맥도널드 등에서 관련 정책 폐기
바이든, “부끄러운 일이다”
미국에서 1964년 민권법 제정 이래 인종, 성별, 성정체성, 계층 등 기준도 다양해졌던 ‘마이너리티(소수자) 권리 증진’ 기조가 바이든 행정부를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당일인 현지 시각 20일 서명한 것으로 알려진 약 100건의 행정명령 때문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행한 주요 정책 중 하나인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을 중시하는, 이른바 ‘DEI’ 관련 정책을 폐기하는 행정명령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의 많은 기업에서는 2020년 미국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인해 일어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 철폐 운동이 일어나자, 해당 정책을 도입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쓸모없고 과도한 보수를 받는 ‘DEI’ 활동가들이 연방 정부에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수 분야를 제외한 관료 채용을 동결하고 관련 사업비 지급도 중단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 당시에 연방정부 부처와 기관마다 지정됐던 ‘최고 다양성 책임자’(chief diversity officer)도 사라질 전망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주관적 성정체성’(gender identity)을 인정하지 않고 ‘남성’과 ‘여성’이라는 2개 성별(sex)만 인정하는 것이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이라고 선언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명령으로 정부 기관, 학교, 공공시설 등에서 트랜스젠더(성전환자)에 대한 배려 조치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해당 명령이 시행되면 연방정부가 발행하거나 관리하는 여권, 비자, 공무원 인사 서류 등의 공문서에 주관적 성정체성을 반영하는 ‘젠더’(gender) 기재란 대신 ‘성별’(sex) 선택 표기만 허용되면서 남성과 여성 두 개의 생물학적 성별 중 하나를 택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기조를 밝히고 나서 미국의 일부 대기업들은 다양성 정책을 폐기하기도 해 화제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아마존, 맥도널드, 메타 등이다.
아마존은 앞서 지난달 직원에게 보낸 메모에서 “다양성 확보와 관련한 구시대적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있다”라고 밝히면서 DEI 관련 정책을 2024년 말까지 폐기할 예정이라고 명시했다.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널드 역시 4년 전 도입했던 ‘다양성 정책’ 일부를 폐기하기로 했다. 6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맥도널드는 이날 고용, 승진이나 공급업체 선정 등에 적용하던 일부 다양성 정책을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11일(현지 시각) 외신에 따르면, 메타는 DEI 정책 전담팀을 해체하기로 했다. 자넬 게일 인사 담당 부사장은 이와 관련하여 전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미국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 노력과 관련된 법적 및 정책적 환경이 변하고 있다”라며 “일각에서는 DEI라는 용어가 특정 집단을 우대하는 관행으로 이해돼 논란도 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메타는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메타는 SNS의 콘텐츠 검열 기능에 반대하는 트럼프 대통령 측 요구에 ‘제3자 팩트 체크’ 기능을 폐지하기로 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팩트 체크의 폐지 배경에 대해 “팩트체커들이 정치적으로 너무 편향되었다”라며 그들이 신뢰성을 잃어버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트럼프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진 데이나 화이트 UFC CEO를 이사로 영입하고, 공화당 인사인 조엘 캐플런을 글로벌 정책 책임자로 승진시키는 등 친 트럼프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기업들의 변화에는 트럼프의 코드에 맞추는 ‘정치적인 의도’가 존재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실제로 2023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시의 소수자 우대 정책 ‘어퍼머티브 액션’ 폐지를 판결한 이후 미국 보수 진영은 DEI 정책이 ‘역차별’을 낳는다는 주장을 꾸준히 펼쳐 왔다.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도 DEI 정책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한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이러한 변화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러한 행보는 미국이 중하게 여기는 신념과 전혀 반대되는 것”이라며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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