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3,000만 원+주거 지원금’ 베트남이 파격 조건 내건 현실 이유

한국 의사 베트남 진출
외국인 자격 인정 절차
빈멕 헬스케어 시스템

지난 2월부터 이어진 의정 갈등의 여파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국 의사들에게 ‘주 44시간 근무, 월급 3,000만 원’ 등 파격적 근무 조건을 내놓는 베트남 현지 병원이 나타나 화제다. 이에 따라 한국 의사들의 베트남 진출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16일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다음 달 2일 베트남 호찌민 의대에서 열리는 외국인 의사를 위한 영어 시험에 국내 의사 30명 이상이 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달 말 신체검사를 받기 위해 호찌민을 방문했으며, 베트남의 자격 인정 절차를 거쳐 현지 병원에서 근무하며 돈을 벌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런 경향은 앞서 코로나19로 중단되었던 베트남의 외국인 의사 자격 인정 절차가 약 3년 만에 재개되면서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많은 한국 의사가 베트남에서의 근무 기회를 잡기 위해 서류 공증과 영어 시험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의료 수준이 높은 국가의 의사에게 자국에서 발급받은 의사 면허증과 공증된 서류를 요구하며, 자격시험 성적은 별도로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지 자격시험 성적이 없는 대신에 베트남 현지에서 신체검사와 의료인 영어 시험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여 지난 2020년 기준 베트남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0.99명으로 한국(2.5명)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한국 의사들에 대한 수요 역시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베트남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의사가 늘면서, 서류 공증 작업이나 현지 소통 등을 대신해 주는 중개 업체도 성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A 중개 업체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인기가 많은 성형외과, 피부과뿐 아니라 응급의학과 전문의나 치과 의사 등도 베트남 현지 활동 자격을 많이 신청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사직 전공의 문의가 겹치며 일부 사직 전공의는 개원가에 취직했다가 근무 조건에 만족하지 못하고 해외 진출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베트남의 경우 성형외과, 피부과뿐만 아니라 응급의학과 및 치과 전문의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서 이직 움직임이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베트남 측이 제시하는 높은 연봉과 처우 수준은 의정 갈등을 겪고 있는 의사들에게 탈출구로 보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 그룹’의 의료 계열사 ‘빈멕 헬스케어 시스템’은 지난 5~6월 내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전문의 등 한국 의사를 모집한 바 있다.

당시 공고에서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있는 규모 4,000㎡ 최신식 병원에서 근무할 한국 의사에게 주 44시간 근무에 월 급여 3,000만 원, 주거 지원금 월 800달러(약 108만 원) 등 파격적 근무 조건을 내건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빈그룹에서 운영하는 자회사 빈멕(Vinmec) 국제 종합병원은 빈그룹에서 의료사업을 담당하는 빈멕 헬스케어 시스템 소속 종합병원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의 여파로 국내 의사들의 해외 진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지난 8월 말 대한응급의학의사회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는 ‘한국 면허로 캐나다에서 의사하기’, ‘미국 의사 되기’ 같은 주제의 강연이 개최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행사에 100여 명의 전공의 및 전문의들이 참석해 해외 취업에 대한 정보를 얻는 등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이에 이형민 응급의학 의사회 회장은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부당한 대우에 지친 젊은 의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해외에선 응급의학과 의사에 대한 수요가 높지만, 한국 내 처우는 그에 비해 너무 열악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 5월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전 회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빈그룹이 한국 의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알리며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의사들을 모셔가려는 상황에 대한민국에서는 대통령실이 의사들을 적극적으로, 해외로 내쫓고 있다”라며 “‘세계는 넓고 갈 곳은 많다’는 대한민국 의사들에게 해당하는 말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