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출산율 증가 정책
자녀 없는 삶 장려 금지
“휴식 시간 성관계 가져라”
최근 전 세계가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에서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자녀 없는 삶’을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돼서 화제다. 이는 영화, 다큐멘터리, 광고 등 미디어에서 자녀 없는 삶을 장려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지 시각으로 25일 러시아 현지 매체 타스통신에 따르면,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의장과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상원의장은 무자녀 삶을 홍보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가두마(하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녀가 없는 삶이 더 자유롭고 매력적인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콘텐츠의 모니터링을 통해 규제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해당 발의안에는 이를 어길 경우 개인, 공무원, 기업에 각각 최대 40만 루블(약 578만 원), 80만 루블(약 1,156만 원), 500만 루블(약 7225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출산율에 위협을 가하는 요소 중 하나는 러시아 사회에 자녀가 없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이 확산하는 것”이라며 “이는 전통적 가치의 쇠퇴와 인구 감소 상황을 조성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실제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영화에서 주인공이 출산을 반대하는 내용이 나오면 배급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법적 처벌 대상에 오른다. 이어 국내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와 같이 혼자서도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여주는 취지의 프로그램 역시 제재 대상이다.
이런 초안이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올라오자, 러시아 국민들의 반응은 엇갈린 것으로 확인됐다. 블로딘 하원의장의 법안에 동의하는 이들은 자녀 없는 삶을 서구 문화 영향 때문이라며 환영했지만, 일각에서는 자녀를 낳고 안 낳고는 개인의 선택이지 국가가 법률로 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이런 법안보다 궁극적으로 적절한 생활 여건을 조성하는 게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러시아가 이런 황당 법안을 추진하는 이유는 최근 러시아의 출생률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7월 기준 러시아는 합계출산율 1.4명을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을 한참 밑돌아 오는 2050년이면 인구(현재 1억 4,000만 명) 1억 3,000만 명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올 상반기 기준 러시아에서 60만 명의 아기가 태어나 지난해 동기 대비 3% 낮은 수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1990년대 이후 최대 수준의 하락세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여성들에게 더 많은 자녀를 낳으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8일 푸틴 대통령은 유라시아 여성 포럼 연설에서 “우리 할머니 세대는 대개 7~8명, 또는 더 많은 자녀를 낳았다”며 “이런 멋진 전통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3일 러시아 보건부 장관이 저출산 해결책으로 근무 중 휴식 시간을 이용한 성관계를 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러시아의 예브게니 셰스토팔로프 러시아 프리모리스키 지방 보건 담당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직장 때문에 바쁘다는 것은 아이를 갖지 않는 데 대한 변명이 될 수 없다”며 “(점심시간 등) 휴식 시간에 하면 된다. 삶은 너무나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발언에 기자가 “하루에 12~14시간을 일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언제 아기를 만들겠냐?”고 반문하자 “쉬는 시간에 만들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최근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18~40세 여성들에게 ‘생식 잠재력’을 평가하기 위해 무료 임신 가능 여부 검진을 받으라는 통보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역 주지사는 출산율에 대해 보고해야 하며 기업의 고용주는 직장의 여성들이 아이를 낳도록 장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하여 러시아의 한 지방 도시에서는 24세 미만 여성이 첫 아이를 낳을 경우 한국 돈으로 약 1,500만 원을 주는 등 러시아가 저출산을 해소하고 더 많은 아이를 낳도록 장려하기 위한 여러 해법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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