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일본인 5만 엔 지원
신동빈 회장 재계 5위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일 롯데 식품사 경영진과 다녀온 유럽 출장에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 성장실장(전무)이 동행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이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롯데 경영에 참여한 신 전무가 그간 바이오·헬스케어 등 신사업만 담당해 왔던 것과 달리 이번 출장에서 처음으로 그룹의 뿌리인 제과 경영에 등장해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10일 롯데지주는 신동빈 회장이 지난 3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한국과 일본롯데 식품사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원 롯데 식품사 전략회의’를 주재했다고 밝혔다. 특히 롯데그룹의 신사업 부문만을 담당해 오던 신유열 전무가 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을 주도하며 글로벌 현장에 나선 가운데 그룹의 뿌리인 제과 경영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에 본격적으로 그룹 내에서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그렇다면 롯데그룹의 뿌리를 만든 제과 사업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당초 롯데그룹은 일본 고학생 시절 빌린 돈 5만 엔으로 사업을 일으킨 신격호 총괄회장의 경영 신화로 이루어졌다. 신격호 회장은 1940년대 초 20대 초반의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팔이, 우유배달 등의 일을 하면서 일본 와세다 대학까지 고학했다.
이어 그는 허물어진 군수공장에서 비누를 만들어내며 사업가로서의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게 된다. 당시 신격호 회장은 사업을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적잖은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업의 성공에는 그의 성실성을 알아본 일본인 하나미쯔(花光)가 5만 엔을 투자하면서 시작됐다.
5만 엔은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약 47만 5,050원 수준이다. 50만 원이 채 되지 않은 돈을 들고 사업을 시작한 그는 1년 반 만에 빌린 돈을 모두 갚고 고마움의 표시로 하나미쓰에게 집 한 채를 선물해 줬을 정도로 대성하게 된다.
재계에 따르면 신격호 회장의 사업은 비누·포마드·크림 같은 유지 제품을 만들면서 성과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당시 일본이 패전 후 생필품난에 허덕이며 신격호 회장의 수제 비누가 동이 날 정도로 잘 팔린 영향이다. 탁월한 사업 감각을 보인 신격호 회장은 1947년 오늘날의 롯데그룹을 만든 껌 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이 시기 껌은 없어서 못 판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았기에 큰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이에 신격호 회장은 자본금 100만 엔과 종업원 10명으로 이루어진 법인 사업체를 만들어 ‘롯데’라는 사명을 붙였다. 롯데 신화는 196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일본에서 사업을 운영했던 신격호 회장은 일본 가정에서 손님 접대용 센베이가 초콜릿으로 대체될 기미가 보이자, 초콜릿 사업에 뛰어든다.
이런 결정은 롯데가 초콜릿 시장을 장악하고 종합 메이커로 부상하는 밑거름이 됐으며 이후 롯데는 캔디, 비스킷,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부문에도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둔다. 일본 사업이 한국 사업으로 넘어온 것은 지난 1965년 한국과 일본의 국교가 정상화되고, 1966년 재일 교포 법적 지위 협정이 체결·발효된 시기다.
이에 신격호 회장은 1967년 4월 자본금 3,000만 원으로 롯데제과 주식회사를 세우고, 국내 처음으로 멕시코 천연 치클을 사용한 고품질 껌을 선보인 이후 롯데는 1974년과 1977년 각각 롯데칠성음료, 롯데삼강을 설립해 국내 최대 식품기업의 면모를 갖췄다.
또한, 1973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완공은 롯데그룹에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당시 산업기반이 취약한 데다 관광 상품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이런 사업 결정은 대단한 모험에 가까웠다.
다만, 신격호 회장의 관광 사업은 앞서 이루어진 사업의 대성과 함께 큰 성공을 거뒀다. 덧붙여 1970년대 유통 분야에 관심을 두고 백화점 사업에 도전했으며 비슷한 시기 건설과 석유화학 산업에도 진출한 롯데는 1980년대 고속 성장기를 맞았다. 또한 1990년대에 접어들며 편의점, 정보기술, 대형마트, 영화, 온라인쇼핑, 카드, 홈쇼핑 등으로 계속해서 사업 영역을 넓힌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신격호 회장 다음으로 취임한 신동빈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며 그룹의 규모를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우리 홈쇼핑, GS리테일 백화점·마트 부문, 하이마트, 현대로지스틱스, KT렌탈, 뉴욕팰리스호텔 등을 잇달아 그룹에 편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16년 롯데그룹은 매출 92조 원, 국내외 임직원 12만 5,000여 명에 이르는 재계 5위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한국 사업에 진출한 1967년 롯데제과의 설립 첫해 매출 8억 원과 비교했을 때 약 50년 사이에 11만 5,000배가 늘어난 매출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신유열 전무의 이어지고 있는 경영 행보에 향후 롯데가 신격호 회장의 ‘성공 신화’를 재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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