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의 ‘미친 경제학’
원가에서 고객까지 32배 증가
올해 초 가격 20% 인상해
23일(현지 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세계에서 가장 탐나는 핸드백의 미친 경제학(The Crazy Economics of the World’s Most Coveted Handbag)’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에르메스 버킨백이 화제가 되고 있다. 더하여 이 가방을 사기 위해서는 직원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온라인상에서 퍼지면서 에르메스에 대해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WSJ의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인 에르메스의 기본 모델인 ‘버킨 25’ 백의 가격은 미국 매장에서 1만 1,400달러로 한화 약 1,600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가방을 구입하자마자 곧바로 리셀러 업체에 넘길 경우 가격은 2배가 넘는 2만 3,000달러로 한화 약 3,200만 원이 된다. 주요 리셀러 업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당 가방을 라스베이거스 팝업 매장 등의 판매처를 통해 3만 2,000달러로 한화 약 4,500만 원에 판매한다. 단숨에 가격이 3배 가까이 증가하는 것이다.
반면 제조원가는 1,000달러로 한화 약 140만 원에 불과하여 가방을 처음 구매한 고객에서 리셀러 업체를 거쳐 최종 32배가 넘는 가격으로 책정되어 새 주인을 찾는 것이다. 이를 WSJ은 “경제학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중간이윤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에르메스 가방을 두고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에르메스 버킨백의 희소성 때문으로 분석한다. 버킨백은 영국 출신 배우이자 가수인 제인 버킨의 이름을 딴 가방으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넘는 가격으로 유명하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 가방을 구매하고 싶어 하는 부유층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WSJ은 “에르메스 매장에서는 손님과 매장 직원 간 권력 구도까지 바뀌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온라인상에서 ‘에르메스 가방 사는 법’, ‘에르메스 셀러(직원)와 친해지는 법’, ‘에르메스 가방 빨라 구매하는 법’ 등의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직원이 수많은 대기자 명단 가운데 누구에서 버킨백을 판매할지 결정하기 때문에 직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손님이 애를 쓰기 때문이다.
WSJ은 이에 대해 세계에서 손꼽을만한 부자들조차 에르메스 가방을 구입하기 위해 직접 쿠키를 구워오거나 심지어 유명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비롯해 칸 영화제 입장권부터 심지어 현금까지 다양한 선물 공세를 펼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매 방식으로 올해 3월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비자 2명은 에르메스를 상대로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에르메스 측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법정 다툼을 시작했다. 이들이 제출한 소장에는 에르메스가 버킨백을 판매할 때 ‘충분한 구매 이력’이 있는 고객을 선별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에르메스는 리셀 시장에서 버킨백 등이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현상을 막고자 올해 초 해당 가방 가격을 20% 인상하는 등 여러 방법을 강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WSJ은 “버킨백 생산량을 높일 경우 리셀 시장을 잡을 수 있겠지만 동시에 이 가방이 가진 신비로움까지 파괴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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