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증권 등 4사, 고소장 제출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 알고도 묵인”
기업회생절차 “책임 떠넘겨” 주장

신영증권 등 4개 증권사가 홈플러스와 홈플러스 경영진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홈플러스 ABSTB를 발행한 신영증권과 판매사 하나증권, 유진투자증권, 현대차증권은 이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홈플러스와 그 경영진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증권사들의 핵심 주장은 홈플러스가 허위 차입금 현황을 제공하고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이를 숨긴 채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을 발행한 후, 곧바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투자자들에게 상환 책임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지난 2월 25일 홈플러스는 신용평가사 한 곳의 실무담당자로부터 신용등급 하락을 통보받았음에도 820억 원 규모 ABSTB 발행을 강행해 논란이 됐다.
피고소인 명단에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와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소송은 법무법인 율촌이 대리한다.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은 지난달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당연히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을 알았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3일 기준 홈플러스 기업어음(CP)·ABSTB·전자단기사채 등 단기채권 판매 잔액 5,949억 원 중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된 규모는 2,075억 원이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ABSTB 발행 규모는 4,019억 원이며, 이 중 개인 투자자 구매액은 1,777억 원에 달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홈플러스가 ABSTB 4,000억 원 원금을 전액 보장한다는 건 거짓말”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변제를 할지 말지, 그 재원을 무엇으로 할지 약속 내지는 발언을 할 수 없으면 여러가지를 숨기고 얘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는 ABSTB를 정상 변제 가능한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 원금을 변제하겠다고 했지만, 정확한 변제 시기와 재원 마련 방안을 밝히지 않아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러한 재무 위기 속에 홈플러스는 현금 확보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홈플러스는 1일 “이달 3일부터 16일까지 ‘홈플런 온라인 슈퍼세일’을 열고 신선식품 등 주요 먹거리와 생필품을 최대 반값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2월 28일부터 오는 4월 2일까지, 오프라인에서도 ‘홈플런’ 할인행사를 한 달 넘게 이어가고 있다. 홈플러스는 “홈플런을 진행한 2월28일부터 3월12일까지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2% 증가했고, ‘마트직송’의 경우 신규 고객이 16% 늘고, 객단가는 10% 증가했다”고 전했다.

회생절차 개시 후 자금 융통이 어려워진 홈플러스는 영업으로 확보한 현금으로 상거래 채권 대금을 지급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전날 입점주 보증금 반환액인 42억 원을 포함해 상거래 채권 940억 원을 지급했으며, 회생 절차를 밟은 뒤 누적 지급액은 6,839억 원에 달한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를 통해 홈플러스를 다시 정상화 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매입채무유동화 관련 채권자들을 포함하여 모든 채권자들의 채권이 변제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홈플러스의 채권 발행과 관련한 의혹이 어떻게 해소될지, 그리고 이번 고소를 시작으로 투자자들의 피해가 해결될 수 있을지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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