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압수수색, 기다리던 절차“
1,100억 원 세운상가 철거 의지
세운지구 서울시가 직접 정비

지난 20일 오세훈 서울시장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0일 서울시청과 시장 공관 등을 전격 압수수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관련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날 검찰은 명 씨 측과 오 시장 측 진술이 계속 엇갈리는 상황에서 검찰이 강제수사를 통해 의혹 관련 물증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오세훈 시장의 압수수색 소식과 함께 오세훈 시장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중 단연 오세훈 시장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자취를 지우려 한다는, 이른바 ‘박원순 지우기’ 행보가 주목받는다.

지난해 서울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1,100억 원대 예산을 들여 만든 종로 세운상가의 공중 보행로를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철거의 이유로 이용률이 저조하고 사업 목적에 맞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다만, 당시 오세훈 시장이 취임 이후 줄곧 전임 시장의 역점사업을 중단시키거나 철회하고 있어 ‘박원순 지우기’라고 보는 시각이 팽배했다.
당초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는 오세훈 시장과 박원순 전 시장의 시정 철학이 충돌한 대표적 사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는 도시 개발을 중시하는 오 시장이 지난 2006년 첫 번째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세운상가 일대를 재정비 촉진 지구로 지정했으나, 2014년 취임한 박 전 시장은 일대 보존을 목표로 재정비 촉진 계획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운상가의 접근성을 높이고 상권을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인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가 설치됐다. 다만, 서울시에 따르면 목적과 달리 공중 보행로를 찾는 사람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서울시가 지난 2022년 10월부터 1년간 보행량을 조사한 결과, 총보행량이 1만 1,731건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초 예측치인 10만 5,440건의 11%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감사원은 지난해 8월 공중 보행로에 대해 “세운상가와 주변 지역 재생에 이바지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서울시에 주의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오세훈 시장은 취임 이후 박 전 시장의 여러 역점사업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14년부터 박 전 시장이 536억 원을 들여 추진해 왔던 베란다형 태양광 보급 사업을 지난 2022년 종료했기 때문이다.
또한,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는 박 전 시장이 2015년 서울시 슬로건으로 내세운 ‘아이·서울·유(I·SEOUL·YOU)’도 공식 폐기한 바 있다. 당시 해당 슬로건을 개발하는 데 들어간 돈은 8억 원에 달한다. 이어 관련 행사 주최비와 조형물 설치비, 홍보비 등을 합하면 소요 예산은 1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즉, 적게는 수십~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1,000억 원 넘게 쓰인 사업을 백지화하는 행정을 두고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수장이 바뀌며 사업이 번복됨에 따라 애꿎은 서울 시민만 고통받고 있다”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또한, 지난 2월 감사원이 서울시의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사업 부지 변경 결정에 대한 적법성 감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박원순 지우기’ 의혹은 심화했다. 이는 당초 김영주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지난 2012년 문래동에 건립을 제안했고, 2019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문래동 옛 방림방적 부지에 짓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당 사업은 지난 2021년 말 행정안전부 중앙투자 심사를 통과해 시·구의회 의결까지 마친 상태였다. 여기에 지난 2022년 오세훈 시장이 문래동 부지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건립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어 사업이 본격화할 전망이었다. 다만, 서울시가 이 과정에서 규모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2023년 여의도공원으로 부지를 변경해 오 시장이 정치적으로 ‘박원순 전 시장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편, 지난 20일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과 비서실, 시장 공관인 한남동 서울파트너스하우스,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자택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압수수색 영장에는 오 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은 오 시장이 사용 중인 휴대전화와 과거 십수 년 간 썼던 휴대전화 총 8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오 시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 (전화) 번호는 하나”라면서 “어떤 경우에도 투명하게, 떳떳하게 처신하겠다는 제 약속으로 하나도 버리지 않고 전부 검찰에 제출했다”라고 밝혔다. 더하여 압수수색에 대해서 오 시장은 “매우 기다리던 절차가 진행됐다”라고 강조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끝내는 대로 의혹의 ‘정점’인 오 시장을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수사는 지난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가 오 시장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실시하고, 오 시장의 후원자 중 한 명인 김한정 씨가 그 비용 3,300만 원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함이다. 이에 향후 오 시장이 의혹을 벗고 검찰의 수사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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