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통상의 SPA 브랜드 탑텐
‘노 재팬’ 운동에 힘입어 성장
최근 SPA 브랜드 분산으로 매출 감소

지난해 패션 업계는 전반적으로 부진을 겪었다. 고물가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지 못했기 때문이다. 초겨울임에도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는 이상 기후도 실적에 영향을 줬다. 의류는 코트나 패딩 등의 아우터가 비교적 고가이기 때문에 아우터 제품의 판매가 늦어진 만큼 실적에 영향이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반면, 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에도 오히려 인기를 끌고 있는 의류 브랜드가 존재한다. 바로 합리적인 가격대에 다양한 제품군을 제공하는 SPA 브랜드다. SPA 브랜드는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한 회사가 직접 맡아서 판매하는 제조·유통 일원화 브랜드를 뜻한다. 대표적으로 에프알엘코리아의 ‘유니클로’, 삼성물산의 ‘에잇세컨즈’, 신성통상의 ‘탑텐’, 이랜드의 ‘스파오’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유니클로는 2015년 ‘리얼미터’에서 조사한 ‘리얼미터 코리아 톱10 브랜드’ SPA 부문 선호도 조사에서 11.3%의 표를 얻어 1위를 기록하기도 할 만큼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 SPA 브랜드의 입지는 유니클로뿐만 아니라 외국 SPA 브랜드인 ‘ZARA’와 ‘GAP’, ‘H&M’ 등에 밀릴 정도로 좁았다.

하지만 유니클로가 2019년 7월 벌어진 일본발 무역 규제의 반발로 시작된 ‘노 재팬’ 운동의 여파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의 주요 표적이 되면서 국내 SPA 브랜드 또한 유니클로의 뒤를 바짝 쫓았다.
특히 탑텐의 경우 유니클로와의 격차를 거의 좁혔다. 탑텐은 유니클로를 제치고 2년 연속 SPA 브랜드 1위 자리에 올랐다. 매출도 2023년 기준 9,219억 원을 기록한 유니클로와 비슷했다. 같은 시기 탑텐의 매출은 9,000억 원 수준으로 유니클로와 함께 ‘1조 클럽’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영업이익도 1,437억 원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탑텐의 2024년 실적은 전년에 비해 오히려 감소세를 보였다. SPA 브랜드가 약진했음에도 탑텐의 영업이익은 1,218억 원으로 15.2% 줄어들었다. 2019년 이후 지속되었던 ‘노 재팬’ 운동이 어느 정도 사그라드는 분위기 속에서 일본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며 반등을 보인 유니클로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유니클로의 경우 2019년 이후 5년 만에 다시금 ‘1조 클럽’에 진입했다. 유니클로의 2024년 회계연도 매출은 1조 60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0% 증가했다. 영업익도 1,489억 원으로 5.4% 늘어났다. 되찾은 인기에 힘입어 한때 50곳 넘게 폐업했던 매장 출점도 늘어났다. 현재 유니클로가 운영하는 국내 매장은 총 133곳으로, 지난해 127곳이었던 매장 대비 6곳 늘었다.
이런 유니클로의 반등도 탑텐의 실적에 영향을 미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토종 SPA 브랜드의 성장한 영향이 탑텐의 실적 감소로 작용했다. 국내 토종 SPA 브랜드 시장이 커지면서 브랜드 또한 다양해졌고, 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에잇세컨즈와 SPAO에 이어 최근 무신사에서 ‘무신사스탠다드’라는 SPA 브랜드를 출시해 20·30 세대의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며 시장의 파이가 더욱 좁아졌다. 실제로 영업이익이 감소한 탑텐과는 달리 에잇세컨즈와 SPAO의 경우, 전년 대비 매출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잇세컨즈는 연 매출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10%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또한, 삼성물산 패션 부문에 따르면 에잇세컨즈는 2023년 사상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며 코로나19 이후 매년 최고 매출을 경신하고 있다.
스파오는 매년 꾸준히 매출 성장세를 이어오며 2023년에는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한 4,8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런 성장세에 스파오에서는 2024년 매출 목표를 6,000억 원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2021년 첫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였던 무신사 스탠다드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무신사에 따르면 무신사 스탠다드 온·오프라인 제품 매출은 2021년엔 537억 원에서 2023년 2,054억 원으로 2년 만에 4배가량 급증했다. 특히 무신사 스탠다드의 2024년 오프라인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간과 비교해 3.5배(2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 매출만 살펴본다면 현재까지 국내 SPA 브랜드 1위는 탑텐이 유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탑텐, 스파오 등 국내 브랜드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SPA 시장 자체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유니클로도 동반 성장하고 있어 매출 순위에는 큰 변화가 없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다양한 제품 라인 확대 및 고기능성 제품 출시 등의 전략을 통한 경쟁력 향상이 구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열쇠”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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