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련 ‘중견기업 기업승계 실태조사’ 진행
중견기업 핵심 자산 매각·경영권 위협
기업 지속가능한 성장 지원 필요

중견기업 상당수가 국내 상속·증여세 최고 세율이 과도하게 높다고 평가하며 세율 인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중견기업연합회(이하 중견련)가 발표한 ‘중견기업 기업승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4.9%가 현행 상속·증여세 최고 세율(50%)을 ‘매우 높다’고 답했고 24.5%는 ‘높다’고 답했다. 반면 ‘적당하다’는 응답은 10.6%에 불과했고, ‘낮다’는 응답은 없었다.
중견기업들은 현재 상속·증여세가 기업승계의 주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국내 상속세 최고 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세율인 30%를 크게 넘어섰다는 점에서 경쟁력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응답 기업의 72.9%는 상속·증여세 최고 세율을 OECD 평균 이하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 ‘30%’를 적정 수준으로 꼽은 응답자가 29.8%였고 그 뒤로 ‘20% 미만’(23.9%), ‘20%’(19.2%), ‘40%’(17.2%), ‘50%’(9.9%)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들은 과도한 상속·증여세가 기업의 안정과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고 우려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우려 원인에 대해서는 높은 세율로 인해 ‘지분 감소로 인한 경영권 위협’(37.7%), ‘경영 악화’(33.1%), ‘사업 축소’(13.2%) 등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창업주 고령화로 인해 다수 중견기업의 승계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문제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이호준 중견련 상근부회장은 “과도한 상속·증여세 부담이 우수 중견기업의 존폐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피해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한 중견 제조기업은 창업주의 고령으로 인해 기업 승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기업은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핵심 자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고 이에 따라 생산 라인 축소와 직원 감축을 해야 했다.
이 영향으로 회사는 시장 경쟁력을 잃고 해외 경쟁사에 점유율을 빼앗겼다. 또 다른 IT 중견기업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상속세 마련을 목적으로 외부 자금을 조달했으나 부채 비율이 급증하며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이처럼 과도한 상속·증여세는 기업의 재무 안정성과 경영권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행 상속·증여세는 과세표준 30억 원 초과에 대해서는 50%의 최고 세율이 적용되며 5개 과세표준 구간과 누진제를 적용한다. 이에 대해 중견기업들은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며 최우선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으로 ‘상속세율 인하’(74.8%)를 꼽았다. 그 외에도 ‘상속세 과세표준 상향’(12.6%)을 제시했다. 반면 정부가 검토 중인 유산취득세 전환에 대해서는 2.0%만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통해 상속세 부담을 크게 완화하고 있다. 독일은 가업 승계를 조건으로 상속세를 최대 85%까지 공제했다. 일본 역시 자산 상속 시 기업 경영 지속을 전제로 세금을 유예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참고해 한국도 중견기업이 안정적으로 승계와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견기업들은 상속·증여세 부담 완화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대한민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자신의 지분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려고 하는 지배주주는 납부할 세금을 줄이기 위해 주가를 낮게 유지할 동기가 크다. 주가를 상승하게 하려면 상속세율을 낮춰 지배주주들의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는 논리다.
업계 전문가는 “중견기업 상속·증여세 개편은 단순히 세율 조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국가 경제 전반의 경쟁력 강화가 목표”라고 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정책 입안자들은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현실적이고 종합적인 개편안을 마련해야 한다”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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