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 후나이 전기
출판사 인수된 이후 자금 ↓
부채 총액 4,160억 원 수준
지난달 24일 건실했던 중견 전자제품 제조회사가 파산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하루아침에 2,000명의 직원이 길거리로 나앉게 됐다. 이는 사측이 당초 지난 25일 지급될 예정이었던 급여도 지급할 수 없다고 밝히며 직원들을 내보낸 것이다. 파산 절차에 돌입한 IT 회사는 일본의 후나이 전기다.
1961년에 설립된 후나이 전기는 지난 3월 기준 약 2,000명이 넘는 직원을 둔 일본의 중견기업으로 꼽혔다. 특히 월마트와 일본 야마다 홀딩스에 TV를 납품하는 등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던 기업으로 평가됐다. 여기에 지난 2018년에는 일본 TV 시장 점유율 7.5%를 기록하며 소니와 파나소닉을 앞지른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후나이 전기는 TV 등 영상기기를 비롯해, 프린터와 에어컨 등 폭넓은 사업을 전개하면서 2000년 상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2002년에 생산을 시작한 LCD TV 사업 부문에서 북미 시장 최고 점유율을 기록한 적이 있을 정도로 성장성이 높게 평가되는 기업이었다.
다만, 최근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후나이는 중국 제조업체의 저가 공세에 밀려 점유율이 하락하고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결국 파산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덧붙여 지난 2021년 도쿄의 출판사 계열이 인수된 뒤 상장 폐지된 영향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당초 하이센스, TCL 등 중국 TV 제조업체들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 온 바 있다. 다만, 후나이는 이러한 중국 기업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 수익성이 악화하였고, 결국 파산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후나이 전기가 지난 8월에 공시한 작년도 결산에 따르면 최종 손익은 131억 엔(1,200억 원) 적자, 올해 3월 말 현재 부채 총액은 461억 엔(4,160억 원)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파산의 원인이 본업에만 국한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주력인 LCD TV 제조는 과거와 비교하면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으나, 2024년 3월 기준 연결 매출액은 약 851억 엔(7,700억 원, 전기 대비 4.1% 증가)으로 선방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만 해도 현금 및 예금 잔액이 222억 엔(2,000억 원)이나 있었으나, 1년 사이에 4,000억 원이 넘는 부채가 발생한 것으로 추측된다.
6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후나이 전기의 파산에는 지난 2021년 새 주인을 맞은 것과 이듬해인 2022년 제모 전문 미용점(뮤제 플래티넘)을 인수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출판사에 인수된 이후에만 300억 엔(2,700억 원)의 자금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이에 9월 말 기준 자본은 잠식됐고 117억 엔(1,000억 원)의 채무초과 상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채무초과란 부채의 총액이 자산의 총액을 초과한 것으로,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를 말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후나이 전기는 지난 3월 뮤제 플래티넘을 매각했지만 여기서 떠안은 부채까지는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일본 현지 매체들은 “후나이 전기의 파산 원인은 본업의 위기뿐 아니라 외부로의 자산 유출이 결정적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복수의 매체들은 “후나이 전기의 ‘비극’에서 배워야 할 점은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의 위험을 파악하는 포인트는 ‘본업’만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후나이 전기와 같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사양화할 때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으려고 인수합병(M&A)이나 업무제휴로 이 업종 진출 등을 도전한다”라면서 “그 자체는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때에 다가오는 사람들이 ‘선의의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다. 회사를 키운다고 하면서 우량 자산을 손에 넣거나 돈을 ‘돌려막기’해 피해를 줄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후나이 전기는 지난 2005년 1만 엔짜리 싸구려 VTR 제조사에서 수익률 최고 기업으로 우뚝 서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미국 월마트스토어와의 거래, 도요타자동차의 방식을 개량한 독자적인 생산방식을 무기로 압도적인 수익을 창출하며 압도적인 실적을 자랑했다. 다만, 결국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63년 역사의 후나이 전기는 막을 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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