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 해임 요구
보조금법 위반 행위에 대한 조치
총환수 규모는 약 90억 원 수준
2024 파리 올림픽 후 작심 발언을 했던 배드민턴 간판 안세영 선수의 의견을 접한 문화체육관광부가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의 해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문체부는 최악의 경우 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어 안세영 선수의 의견을 전부 반영해 개인 스폰서와 트레이너를 허용하고, 비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길도 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1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진행된 배드민턴협회 사무 검사 및 보조사업 수행점검 결과 최종 브리핑을 통해 “협회의 보조금법 위반 행위에 대한 조치로, 횡령 배임 의혹에 대해 지난 29일 송파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전했다.
이어 문체부는 “직접 책임 있는 회장은 해임을, 사무처장은 중징계를, 관련 담당자 역시 징계를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요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배드민턴협회가 지난해 정부 지원 사업으로 셔틀콕 등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구두 계약을 통해 약 1억 5,000만 원 규모 후원 물품을 받은 것에 따른 행보다.
문체부는 지난 9월 10일 중간발표를 통해 이 물품들이 공식 절차 없이 지역에 임의 배부됐다고 밝혔다. 이에 이를 횡령 배임으로 규정하고 문체부는 전년도치 1억 5,000만 원 반환을 명령했고 제재부가금 4억 5,000만 원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승강제 리그와 유·청소년 클럽 리그 사업, 협회 임원의 운영업체에 수수료 지급 등을 문제 삼고 보조금 환수 사전 절차로 지난 30일 대한체육회를 통해 의견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는 이후 보조금 부정수급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반환액과 제재부가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반환금과 제재금, 그리고 선수단에 지급되지 않은 후원사의 상금 반환까지 합치면 총환수 규모는 약 9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문체부는 “국고보조금 환수 시한은 없지만 즉시 환수할 생각이다. 법령에 따라 엄중하게 규정대로 집행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김택규 협회장의 해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회장 해임도, 관리단체 지정도 최종 권한은 문체부가 아닌 대한체육회에 있기 때문이다. 즉, 현실적으로 회장 해임과 불응 시 관리단체 지정 등을 문체부가 직접 강제할 권한은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에 징계관할권 상향을 요구했으나 지난 10월 체육회가 거부했다. 협회가 3개월 동안 하지 않으면 체육회가 직접 하겠다고 하지만 그동안 체육회가 그런 권한을 행사한 경우가 거의 없다. 개선되지 않으면 관리단체 지정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안세영 선수의 작심 발언에서 시작된 이 사태는 지난 8월 12일 해당 발언을 접한 문체부가 조사단을 꾸려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단 총 51명 중 36명과 협회, 실업연맹 관계자들을 개별 의견 청취해 조사에 들어간 바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김택규 협회장은 불응해 한 번도 대면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이날 “선수들과 개별 면담한 결과 안세영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며 안세영이 제기했던 협회와 대표팀의 문제들을 사실상 전부 받아들인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상당 부분이 배드민턴 대표팀뿐 아니라 다른 종목까지 적용돼 진천선수촌의 운영 지침까지 바꾸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체부는 선수 부상 관리 체제에 있어 진단부터 재활 치료까지 선수 개인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진천 선수촌 내 의료 인력과 공간을 확충하며, 선수촌 생활 관련 부조리한 문화를 개선할 방침이다. 또한, 선수들의 공휴일 및 주말 외박과 외출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후배가 청소와 빨래 등을 하는 부조리를 없애고, 선수촌 내 산악 훈련 등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안세영 선수가 언급했던 배드민턴 대표팀에 대해서는 종목별 지도자 지원, 개인 트레이너의 국가대표 훈련 참여 보장, 1·2진 선수들의 전략적인 국제대회 출전을 분배하겠다고 전했다. 여기에 안세영이 지적했던 단·복식 별 맞춤 훈련을 위해 대표팀 코치진을 현재 13명에서 2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한편, 이날 브리핑을 한 이정우 문체부 조사단장(체육국장)은 “협회가 이번에도 고치지 않으면 자정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협회 모든 임원을 해임하는 관리단체 지정, 선수 지원 외 다른 예산 지원 중단 등 특단의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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