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넘어진 승객 부축한 버스 기사.. 정작 돌아온 건 뺑소니 신고뿐?

버스서 혼자 넘어진 70대 승객
약국 데려간 기사 뺑소니 신고
뺑소니로 몰려 생계까지 위협

뺑소니. 교통사고 후 구호, 인적 사항 제공, 신고, 병원 이송 등의 조치 없이 도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뺑소니는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운전자들이 자신의 범죄가 들킬까 두려워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자칫 피해자가 목숨을 잃는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는 만큼,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무거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뺑소니가 그저 남에게 일어나는 일로 쉽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통사고를 낸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미흡하게 대처했을 경우 억울하게 뺑소니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버스 기사가 자신의 차량에서 홀로 넘어진 여성 승객에게 뺑소니로 신고를 당한 사연이 전해져 이목이 쏠린다.

정차하기 전 일어난 승객
연락처 남기고 신고까지 마쳐

24일 교통사고 전문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는 버스 기사 A씨가 ‘뺑소니’로 몰린 사연이 담긴 CCTV 영상이 올라왔다. A씨는 지난 6월 29일 오전 10시께 경남 창원시 부근에서 운행을 하던 중 70대 여성 승객 B씨가 버스가 정차하기 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넘어졌다고 말했다. A씨가 공개한 CCTV 속에는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는데, B씨가 넘어진 것을 확인한 A씨는 버스를 멈춘 후 일으키며 ‘괜찮냐’라고 물은 뒤 자리에 앉았다.

이후 약 6분 뒤 A씨는 B씨를 부축해 하차를 도왔고, 정류장 인근에 있던 약국까지 데려다 줬다.
당시 상황에 대해 A씨는 “여성이 스스로 넘어진 듯해 도의적인 측면에서 넘어진 것을 부축해서 근처에 있던 약국까지 모셔다 드렸다”며 “연락처도 드리고 근무를 마치자마자 사고 영상을 가지고 경찰서에 찾아가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 잘못이 없는 것 같다고 판단했고, 이에 보험사에서도 사고 접수를 받아 주지 않았다.

사고 미조치 주장하며
버스 기사를 되레 신고해

그런데 구호 조치 및 신고 등을 한 A씨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A씨는 “B씨 측에서 저를 사고 미조치라 주장하며 합의금을 요구했다. 합의해 주면 취하해 주겠다고 한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어 “경찰에서 2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는데, 자칫 면허가 날아갈 수 있는 상황이다”라며 “약국까지 모셔다 드리고, 연락처도 줬는데 이게 사고 미조치에 해당햐나”고 분노했다.

이를 접한 한문철 변호사는 “넘어질 때 버스 손잡이가 흔들리지 않았다면 무죄이다. 경찰에서는 승객이 다쳤으면 운전자 잘못이라고 말하지만, 즉결심판 가면 무죄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판사가 영상만 보면 무죄 선고할 사건으로 보인다. 저는 버스에 잘못이 없다는 의견이다”고 조언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분노 터진 네티즌들

또한 한문철 변호사는 ‘이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종이에 연락처 적어 주는 건 불확실할 수 있다. 상대 휴대전화에 자신의 번호를 입력 후 전화까지 확인하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제발 연세 드신 분들은 미리 일어나지 말아라. 젊은 사람들은 버틸 수 있으나, 연세 드신 분들은 차가 완전히 멈춘 다음에 일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네티즌들은 “버스 기사님은 할 일 다하셨다”, “버스가 정차하기 전 일어난 할머니의 잘못이 100%”, “버스에서 넘어지면 무조건 기사 잘못으로 치부하는 건 잘못된 관행이다”, “보험사기 및 무고죄로 처벌해야 한다”, “세상이 왜 이러냐”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