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안전 지키는 안전지대
무법 시위로 인해 기능 잃어
시민 안전 위한 대책 마련 시급
국내 운전자들이 어떤 경우에도 진입할 수 없는 곳이 있다.
바로 황색 및 백색의 빗금으로 표시된 ‘안전지대’이다. 주로 도심 사거리 한 가운데에 위치한 이곳은 보행자가 유사시 몸을 피할 수 있게 해 놓은 안전책인 만큼, 차량의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안전지대가 그 역할을 잃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서울 곳곳의 대기업 사옥 앞에서 벌어지는 무법 시위가 안전지대 위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로 인해 오히려 운전자들의 시야를 방해해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금지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차량 불법 주차는 기본
노상 방뇨에 취사 노숙까지
안전지대가 불안지대로 변한 대표적인 장소는 서울 서초구 염곡사거리이다. 기아 판매대리점에서 대리점 대표와의 불화 등의 이유로 계약이 해지된 이들이 현대차그룹 사옥 앞에서 무려 10여 년간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해당 판매대리점 대표는 개인사업자로 기아와 아무런 상관없지만, 시위에 참여한 이들 몇몇은 ‘원직 복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이들은 약 700㎡ 넓이의 안전지대를 점용하고 차량을 비롯해 천막과 현수막, 대형 스피커, 취사도구 등의 물품을 도로 위에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시위 참가자 중 안전지대 인근 도로변에 노상 방뇨를 하거나 무단횡단, 노숙, 춤을 추기도 했다. 심지어 현수막을 못으로 박아 고정하는 등의 위험천만한 장면까지도 연출하고 있다.
위험 지대가 된 염곡사거리
피해는 일반 시민들의 몫?
특히 염곡사거리의 경우 양재대로와 강남대로가 인접한 곳으로, 교통량이 많고 정체가 잦은 혼잡 구간이다. 실제 행정안전부와 도로교통공단 조사에 따르면 염곡사거리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전국 교통사고 발생률이 네 번째로 많은 곳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무법 시위자들이 다수의 시민 안전을 볼모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안전지대 내 시위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안전지대에 차량이 주정차해 있거나 장애물이 방치될 경우 위급 상황에 대피할 공간이 사라져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위자들 역시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돌발 상황에 무방비하게 노출된다고 우려했다.
구체적인 지침 마련해야
모두의 안전 지킬 수 있어
하지만 경찰과 구청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집회와 시위는 허가가 아닌 신고 대상이며, 차량이 통행할 수 없는 안전지대에서 시위를 하기 때문에 차량 흐름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저지도 못 한다. 그저 시위 참가자 중 차량을 안전지대에 불법 주차한 이들에게 과태료 부과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의 경우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다만 시위 장소를 벗어나 보행로나 건물 입구를 막는 행위, 일반 시민에게 욕설 등 위협하는 경우 모두 불법으로 간주해 경찰력을 투입한다. 일본은 차량을 도로에 세워 정체를 유발하는 등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시위 자체를 금지하며, 이를 어길 시 처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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