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을 앞둔 국회 의원회관 택배 보관소에 기업과 기관이 보낸 선물이 쌓이며 다시 한번 ‘김영란법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법이 시행된 직후에는 고가 선물 문화가 크게 위축돼 한산했던 국회 풍경이 9년 만에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에너지경제신문은 23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일부 기업이 국회의원실에 고급 한우 선물 세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의원회관 택배 보관소에는 과일과 한우 등 선물 상자가 가득 들어찼고 의원실 직원들은 손수레로 이를 옮겼다. 배송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보관소에는 임시 인력까지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부 기업이 보낸 한우 세트는 10만 원대 중반에서 20만 원대 중반으로 추정됐다. 국정감사 피감기관이거나 정책·규제와 이해관계가 맞물린 기업이 국회의원에게 명절 선물을 보내는 관행 자체가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공직자 등이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받는 행위를 제한하기 위해 2016년 9월 시행됐다. 국회의원도 적용 대상이다. 명절 기간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 선물은 현행 기준상 최대 30만 원까지 허용될 수 있다.
하지만 가액이 기준 아래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선물이 문제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법은 원칙적으로 직무 관련성이 있는 상대방의 금품 제공을 제한하고 있으며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선물인지와 제공 경위, 이해관계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 국감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면 더욱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영란법 시행 직후인 2017년 추석의 국회 풍경은 사뭇 달랐다. 당시 연합뉴스TV는 의원회관 택배 보관소가 예년보다 한산했고, 의원실에 도착한 선물도 대부분 4만 원을 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당시에는 5만 원을 넘는 선물 수수가 제한되면서 명절 선물 문화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9년이 흐른 지금 법정 상한선에 맞춘 고가 농축수산물 선물이 다시 의원실로 밀려드는 모습은 법의 취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김영란법은 단순히 ‘얼마까지 가능한가’를 계산하는 규정이 아니라 공적 의사결정이 사적인 호의와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는 최소한의 원칙이다.
국회와 기업 모두 “기준 이하”라는 형식적 설명에 머물 것이 아니라, 국감과 입법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왜 이런 선물이 오가야 하는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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