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 제청 반려와 관련해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음 주 정식으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청와대가 대법원장에게 새로운 후보자를 제청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조 대법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구성할지 기존 추천 후보 가운데 한 명을 제청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 대법원장은 28일 오후 6시 11분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를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났다. 대법관 재제청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자세한 내용은 검토 중에 있다”라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라고 말했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구성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즉답하지 않았다. 조 대법원장은 “다음 주 정리가 되면, 모든 내용을 정식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앞서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손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조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자를 다시 제청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각각 임명해 달라고 제청했다. 손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22기이며 김 부장판사는 24기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사전에 조율하지 않고 서면으로 제청안을 제출하면서 여권의 반발이 이어졌다. 특히 손 부장판사를 둘러싼 여권 내부의 반대가 강해지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청와대는 제청 과정의 절차적인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강 대변인은 노 전 대법관 후임자에 대한 제청이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하게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협의 관행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사법부 독립을 지탱해 온 근거를 스스로 약화시킨 일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반려한 것은 1987년 헌법 체제 이후 처음이다. 1958년 이승만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후임 임명 과정에서 법관회의가 제청한 김동현 전 대법관을 반려한 사례는 있었다.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따라 결정권은 다시 조 대법원장에게 넘어왔다. 조 대법원장이 후보추천위를 새롭게 구성해 추천 절차를 다시 밟을지 기존 추천위가 추천했던 다른 후보 3명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할지가 쟁점이다.
대법원은 추천위를 다시 구성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과거 추천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면서 제청이 다시 진행됐을 당시 후보추천위가 다시 열린 사례가 있고 법원조직법도 ‘제청할 때마다’ 추천위를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거론된다.
반면 대법관 공석 장기화에 따른 상고심 재판 지연을 막고 청와대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 후보 3명 가운데 한 명을 다시 제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대법원장은 다음 주 공식 입장을 예고한 만큼 주말 동안 관련 내용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조 대법원장은 오는 31일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는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그는 대법원장의 제청권 행사에 대해 국회에서 증언하도록 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에 반한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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