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 과정에서 이른바 ‘홍장원 메모’를 둘러싼 새로운 증언이 나오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메모 내용을 정리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국가정보원 직원 이 모 씨가 ‘윤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회유성 연락을 받았다’라는 진술을 내놓으면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측이 회유를 당했다고 주장했던 윤 전 대통령 측의 설명과 배치되는 정황이 나왔다. 이에 해당 증언은 법정 공방에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 심리로 열린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의 직무 유기 및 위증 혐의 공판에서 국정원 직원 이 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씨는 비상계엄 당시 홍 전 차장의 보좌관으로 근무했으며 체포 대상자 명단이 담긴 메모 작성 과정에도 관여한 인물으로 알려져 있다.
이 씨는 이날(16일) 열린 재판에서 메모 작성 경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계엄 당일 홍 전 차장이 메모지에 흘려 쓴 ‘1차 메모’를 건네며 명단을 정리해 달라고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그 내용을 바탕으로 이름과 주요 이력 등을 정리해 ‘2차 메모’를 작성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씨는 2차 메모를 작성한 다음 날 추가 작업이 이뤄졌다고 진술했다. 그는 “홍 전 차장이 ‘쓴 것을 복기해 새로 작성하라’라고 지시해 기억에 의존해 ‘3차 메모’를 다시 작성했다”라고 밝혔다.
이 씨가 작성한 3차 메모는 이후 홍 전 차장의 수정을 거쳐 검찰 특별수사본부 등에 제출됐다. 이후 해당 문서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과 내란 혐의 형사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됐다.
이 씨는 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과 관련된 접촉 시도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인 지난해 2월 김규현 전 국정원장의 보좌관으로부터 연락받았다”라며 “(김 전 국정원장에게) ‘내가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을 돕고 있는데 만나보는 게 어떻겠느냐. 돈이면 돈, 승진이면 승진 해줄 수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해당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만나면 좋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 거절했다”라며 “당시 ‘홍장원 메모’가 언론에서 거론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메모의 신빙성을 부정하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라고 진술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측은 이 씨의 메모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과정에서 해당 메모에 대해 “초고가 지렁이처럼 돼 있다”라며 신뢰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특검팀은 다른 입장을 밝혔다. 특검은 “보좌관이 대필한 것은 맞지만, 실질적인 작성자는 홍 전 차장”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 측은 과거 탄핵 심판 과정에서 민주당 인사들의 증인 접촉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지난해 2월 12일 입장문을 통해 탄핵 절차가 거대 야당의 정치 공작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변호인단은 당시 “거대 야당의 탄핵 공작과 내란 몰이의 실체가 증인 회유와 뒤봐주기로 드러났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박범계 의원의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접촉 의혹과 박선원 의원의 홍장원 전 차장 접촉 정황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들은 “탄핵소추위원이 증인과 사전에 접촉하는 것은 검사와 같은 직무를 수행하는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인 체포 지시를 처음 언급한 인물들의 행적이 석연치 않다”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처럼 홍장원 메모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 전 대통령 측이 회유 연락을 해 왔다고 밝힌 이번 증언이 향후 재판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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