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징역 23년을 선고했던 재판장과 다시 마주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또 다른 사건의 피고인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선고 공판이 열린 지 불과 20일 만이다. 당시 중형을 선고했던 이진관 부장판사가 이번 재판도 맡으면서 두 사람은 다시 법정에서 대면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는 10일 한 전 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 관련 의혹 사건 첫 공판을 열었다. 재판장은 내란 사건 1심을 심리했던 이진관 부장판사다. 한 전 총리는 같은 법정, 같은 재판장 앞에서 다시 피고인석에 앉았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례적인 장면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한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재직 당시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고의로 지연했는지 여부다. 특검은 당시 임명 절차가 정치적 판단을 넘어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별도의 재판관 지명 과정이 적정했는지도 쟁점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단은 당시 여야 간 극심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었으며 국회 합의가 이뤄지면 즉시 임명하겠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임명을 거부하거나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헌법재판관 임명과 지명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요구되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량 범위에 속하는 사안을 형사 책임으로 다루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다.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도 거듭 주장했다.
절차적 문제도 제기됐다. 한 전 총리 측은 이번 기소가 특검법에서 규정한 수사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사 대상이 아닌 사안을 기소한 만큼 공소 자체가 위법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공소 기각을 요청했다.

이날 법정에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최상목 전 부총리와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출석했다. 이들 역시 공소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특검의 기소가 법적 근거를 벗어났다는 주장을 함께 폈다.
이미 내란 사건으로 중형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또 다른 형사 재판을 받게 된 한 전 총리의 법적 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의 성격과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량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가 향후 재판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동일 재판장 앞에서 다시 시작된 이번 재판이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재판이 단순한 개인 형사 책임을 넘어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와 헌법기관 구성 절차의 법적 한계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중형이 선고된 내란 사건과 별개로 또 다른 유죄 판단이 내려질 경우 정치적 파장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재량권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판단이 나올 경우 특검 수사 범위와 기소 적법성 논란도 재점화될 전망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