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로 배우이자 제14대 국회의원을 지낸 故 이순재가 25일 새벽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평생 연기와 정치 두 영역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그가 생전 방송에서 절친한 동료들에게 남긴 말이 다시 회자되며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지난해 4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그는 데뷔 68년 차로서 느끼는 감정과 동료들에 관한 생각을 담담하게 전하며 삶의 굴곡을 되돌아봤다. 당시 고인이 떠올린 TBC 개국 멤버들은 이미 대부분 세상을 떠난 상태였고 그는 “남은 건 이제 나 하나뿐”이라고 말하며 고독과 회한을 내비쳤다.
고인은 당시 방송에서 TBC 개국 시절을 함께했던 이낙훈, 김동훈, 김성옥, 김순철, 오현경 등의 이름을 차례로 언급했다. 그는 “내가 가면 여섯 명이 저승에서 만날 수가 있다”라고 웃어 보이며 생사라는 것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털어놨다.
언급한 이들 중에서도 특히 1998년 향년 6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故 이낙훈과의 인연은 더욱 각별한 것으로 전해지며 이후 두 사람의 일화가 재조명됐다. 두 사람은 고교 선후배이자 TBC 동료로 막역한 사이로, 이순재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에도 이낙훈의 권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11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낙훈이 1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비례대표 제안을 받은 사실을 ‘획기적인 사건이었다’라고 표현하며 정치에 입문했던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고인은 이후 제13대와 제14대 총선에 출마했다. 13대 총선에서는 당시 평화민주당의 후보로 나섰던 이상수 전 의원에 근소한 차이로 낙선했으나 14대 총선에서 서울 중랑구갑에 민주자유당 후보로 나서서 4만 6,297표를 얻어 당선됐다.
그가 당선된 지역은 민주당 강세 지역이었으나, 그의 폭넓은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승리를 거두며 예술인 출신 국회의원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순재는 국회에서 문화공보위원, 부대변인, 교육연수원 부위원장 등을 맡으며 문화와 교육 분야의 의정 활동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4년간의 의정 활동에서 정치적 환경에서 염증을 느끼고 15대 총선에서는 불출마를 선택했다. 이순재는 당시를 회상하며 “국회의원은 직업이 아니다”라는 소신을 밝히면서 “연속극 하나로 국민을 즐겁게 해 드리는 게 훨씬 효과적이고 이바지하는 바가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고인은 생전 ‘올바른 리더’의 조건으로 세 가지(대중성과 포용, 협력)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리더는 대중을 이끄는 힘과 정성이 필요하고 반대하는 이들을 품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으며 높은 지위에 올라갈수록 아래를 포용하는 이해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철학은 그가 정치권을 떠난 후인 2005년 당시 재보궐선거에서 경쟁자였던 이상수 전 의원의 선거후원회장으로 활동하며 화해하는 모습으로 이어졌고 ‘신의의 정치’를 몸소 실천한 사례로 남았다.
한편, 당시 방송에서 이순재는 생전 동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저승에) 가서 다시 만나세”라는 인사를 남기기도 해 먹먹함을 남겼다. 함께했던 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인생을 돌아보는 진솔한 마음을 담고 있어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으로 보인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