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가에 흔한 가로수 하나 잘못 박았다가 834만 원을 물게 된다면 믿기 어렵겠지만,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은행나무다.
2016년 서울 중구에서 한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가로수 은행나무를 손상시켰고 감정평가 결과 복구 비용과 생태적 가치를 더해 834만 원의 변상금이 청구됐다.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은행나무는 도시 인프라와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비싼 나무’다.
은행나무는 화재에 강하고 병충해에도 잘 견디며 매연을 흡수해 대기 정화 기능까지 갖춘다. 이 때문에 도심에서 ‘방화수’ 역할을 하는 필수 수종으로 꼽힌다. 그러나 냄새가 고약한 열매 때문에 매년 가을이면 민원이 폭주한다.

서울시는 열매 민원을 막기 위해 ‘기동 채취반’을 운영 중이고, 강남구는 열매가 열리지 않는 수나무로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과거에는 어려웠던 암수 구별이 최근 DNA 검사로 가능해지면서 향후 암나무 식재는 줄어들 전망이다.
은행나무는 국내에 흔하지만, 세계적으로는 멸종위기종에 속한다. 보호 가치가 높고, 생물학적·도시 환경적 기능도 뛰어나 손상 시 법적 책임이 뒤따른다. 겉보기엔 그냥 가로수지만, 잘못 건드렸다간 거액이 빠져나가는 ‘통장 파괴자’로 돌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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