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 매입 48% 급증
강남 3구 갭투자 반등
외지인 매입이 신호탄

올해 2월, 서울 부동산 시장에 외지인 매수세가 다시 활발해졌다. 특히 잠실, 삼성, 대치, 청담 등 일명 ‘잠삼대청’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이 해제된 직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 원정 투자 비중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매매거래 통계에 따르면, 2025년 2월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1,19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48.56% 증가한 수치로, 지난해 8월 이후 감소세를 이어오던 외지인 매입이 6개월 만에 반등한 것이다.
같은 달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 중 외지인이 차지한 비중은 25.15%로, 원정 투자가 증가했던 2023년 연간 외지인 비중(24.57%)은 물론, 지난해 비중(22.84%)도 웃돌았다.

지역별로는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중심으로 외지인 매입이 집중됐다. 송파구가 92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강남구(86건), 서초구(65건) 순이었다. 외지인 비중 기준으로는 강서구(29.68%), 마포구(28.19%), 노원구(25.48%) 등도 높은 수치를 보였다. 반면, 용산구의 외지인 매입 비중은 18.18%에 그쳤다.
강남 3구의 경우, 갭투자 비율도 상승했다. 전세금과 대출을 활용한 갭투자 방식의 매입이 늘면서, 2월 강남 3구의 갭투자 비율은 43.60%를 기록했다. 이는 1월(35.20%)보다 8.4%포인트 오른 수치다.
전문가들은 외지인의 매입 증가가 최근 토허제 해제와 맞물려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결과로 보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되면서 실거주 요건이 사라졌고, 이에 따라 비거주자의 투자 매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며, 서울 주택을 보다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외지인은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외지인이 하락장에 먼저 움직이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통해 바닥 신호를 파악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외지인을 두고 ‘땅 냄새를 먼저 맡는 사람’이라는 표현도 사용한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저점을 기록한 2022년 12월, 외지인의 매입 비중은 36%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나 2012년 하우스푸어 사태 시기에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났다. 시장이 고점일 때는 뚜렷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지만, 저점 구간에서는 외지인 매입 비중이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실수요자라면 부동산 시장이 크게 침체했을 때 외지인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외지인의 매입 흐름이 시장의 회복 가능성을 가늠하는 하나의 신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여파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연간 약 22% 하락한 데에도 외지인의 갭투자 성격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있다. 가격이 상승할 때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투기성 수요에 의해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한 경우, 시장이 조정기에 들어서면 낙폭도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외지인 중심의 수요 증가는 서울 부동산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쏠림 현상이 장기적으로는 지역 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 외 지역의 자산가들이 서울에 투자하며 지역 주택 시장의 침체를 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거래 규제를 넘어 지방의 일자리, 교육, 의료 인프라 강화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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