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시장
AI 기술로 발전 속도 높여
2030년까지 약 54조 원으로 성장

지난 3~4년간 생성형AI 기술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했던 글로벌 빅테크들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바로 AI를 기반으로 하는 ‘피지컬 AI’이다. 피지컬AI는 로봇·자율주행차처럼 물리적(physical) 형태를 가진 AI 기술을 일컫는다. 그중에서도 피지컬AI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개발에 관심을 가지는 모양새다.
과거엔 사람이 로봇에 특정 행동에 대한 명령 프로그램을 코딩해 직접 입력해야 했지만, 최근 첨단 AI 기술을 만나 이러한 과정이 생략되며 기술 수준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인공 지능, 머신 러닝, 자연어 처리, 컴퓨터 비전 등 AI 기술이 로봇과 결합하면서, 자동화, 사용자 경험 및 운영 효율성 향상 등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는 로봇이 사람 언어를 이해하는 것과 더불어 학습 속도까지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AI 로봇은 거대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주변 환경에 대한 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기 때문에 별도의 코딩 과정이 필요 없다.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어 사람과의 상호 작용에 유리한 점이 많은 휴머노이드는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마켓앤마켓에서 발표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시장은 의료, 소매, 교육산업에서의 빠른 성장이 예측된다.
현재는 물류 부문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은 오는 2030년 380억 달러(약 54조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에서도 휴머노이드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육성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중국 정부는 2027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17개 정부 부처가 공동으로 로봇 기업과 대학 기관 등이 참여하는 국가 휴머노이드 로봇 생태계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또한, 휴머노이드 개발과 관련해서는 보조금 지급부터 세제 혜택, 민관 연구 협력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바이두 등 중국 테크 기업 또한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업체와 협력을 진행 중이다. 중국 대표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인 유비텍은 자국 최대 검색 엔진 기업인 바이두가 자체 개발한 AI 모델 ‘어니봇’을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S’에 탑재한다. 애플 협력사이자 세계 최대 위탁생산 기업인 폭스콘도 유비텍과 제품 운송과 분류, 접착, 품질 검사 등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상용화하기 위해 공동 실험실을 설립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기업인 중국 샤오펑도 내년 자율주행 레벨3 수준과 유사한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양산할 계획이다. 지난 8일(현지 시각) 허샤오펑 샤오펑 모터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은 주로 레벨2 초기 단계에 있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이 진정으로 상용화되려면 반드시 레벨3 능력, 즉 손과 발, 입, 눈, 뇌가 통합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휴머노이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테슬라는 2021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계획을 처음 발표했고 2022년 10월 ‘옵티머스’ 시제품을 공개했다. 테슬라는 올해 최대 1만 대의 옵티머스 로봇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기 생산 로봇은 테슬라 공장에 우선 투입해 차체 프레임 운반 등 단순 반복 노동을 대체한다. 내년부터는 ‘옵티머스 2’를 출시하며 매년 10배씩 생산량을 끌어올리고, 기업들을 상대로 외부 판매를 시작할 방침이다.
구글은 최근 미국의 로봇 스타트업 ‘앱트로닉’에 약 3억 5,000만 달러 규모 투자의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앱트로닉은 높이 170㎝, 무게 73㎏의 산업용 로봇 ‘아폴로’를 메르세데스-벤츠의 공장에 투입해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구글이 자사 AI를 기반으로 한 로봇용 소프트웨어를 앱트로닉의 로봇에 적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메타(페이스북 모기업)는 최근 가상현실(VR) 등 메타버스 사업을 추진하는 리얼리티랩스 내부에 로봇 개발팀을 신설했다. 메타의 AI 모델 라마(Llama)의 기능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소비자용 휴머노이드 연구·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로봇 플랫폼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한 데 이어, 올해 초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했다. 이 조직은 AI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접목해 더욱 정교한 휴머노이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삼성 SDI는 최근 로봇 전용 고성능 배터리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로봇 전용 배터리는 배터리 형태를 제한된 공간에 최적화하는 동시에 에너지 밀도를 향상해 출력과 사용 시간을 대폭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역시 최근 미국 AI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를 인수하는 등 연구개발 역량을 확대하며 가사용 휴머노이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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