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임원들이 주로 임명되는 고문 및 자문
최근 젊은 나이에 퇴사하는 경우 많아
이직의 발판으로 생각해 재취업 도움받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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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대기업의 고액 연봉자 명단에 고문, 자문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최고경영자(CEO)보다 많거나 유사한 수준의 보수를 지급받았다.
고문은 그간 회사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퇴임 후에 사업 자문 등을 수행하는 직책이다. 주로 퇴직 임원에 대한 예우로 임명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명예 직책’과도 같은 자리이다. 퇴직한 임원을 고문이나 자문으로 1~3년가량 모시며 일정한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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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1~2년간 ‘위원’으로 퇴직 임원을 예우한다. 비상임직이지만 사내에 사무실을 내주고 차량과 기사를 지원한다. 급여는 직급이나 개인별로 다르지만, 임원 당시와 비슷한 수준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성과급은 지급하지 않는다.
롯데그룹이나 포스코그룹도 퇴직 임원들을 고문·자문역으로 위촉하고 현직의 40~60%에 해당하는 연봉을 지급한다. 특히 포스코를 퇴직한 임원들은 자체 모임인 ‘중우회’를 운영하면서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고문, 자문들은 각 분야의 전문 지식뿐만 아니라 핵심 경영 현안을 다루던 만큼 기업 비밀이나 총수에 관련된 정보까지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 퇴직 임원들의 사후 관리 차원에서도 중요한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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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보수 총액은 급여, 상여를 포함한 근로소득과 퇴직 및 기타 소득으로 구성된다. 임원의 퇴직금 지급 규정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퇴임 당시 직위와 근속기간 등을 토대로 산정한다.
일부 고문 보수가 현직 임원보다 많은 건 퇴직금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 퇴직한 임원이 회사를 상대로 급여나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내기도 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2022년 삼성전자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은 임원은 총보수로 80억 7,300만 원을 받은 정은승 고문(전 반도체 부문 사장)이었다. 그중 퇴직금이 49억 8,500만 원으로 보수의 절반을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나머지는 급여(9억 4,200만 원), 상여(19억 5,400만 원), 기타(1억 9,200만 원) 소득이다.
2023년에 삼성전자에서 가장 많은 급여를 받은 임원 또한 마찬가지로 고문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12일 발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김기남(전 SAIT 회장) 고문은 총 172억 6,500만 원을 수령했다. 퇴직금 130억 원을 비롯해 급여 16억 8,000만 원, 상여 24억 4,500만 원이 포함된 액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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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도 상황은 비슷하다. LG 그룹의 사장급 이상 퇴직 임원에게는 길게는 3년까지 고문 자격으로 임금을 지급한다. 여기에 개인 사무실, 비서와 차량도 제공한다. 부사장이나 전무, 상무로 퇴직한 임원들은 자문 자격으로 공용 사무실을 사용할 수 있다.
2022년 LG전자 보수 상위 임원은 모두 고문과 자문으로 알려졌다. 권순황 고문(45억 4,600만 원), 김진용 자문(24억 2,700만 원), 이종상 자문(23억 1,600만 원), 전명우 자문(22억 4,900만 원), 김준호 자문(22억 4,700만 원)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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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도 이러한 현상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2024년 상반기 주요 유통기업 임직원 최다 연봉자를 조사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CJ그룹의 CJ제일제당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이는 최은석 전 대표로 총 57억 3,400만 원을 지급받았다. 외에도 김호성 고문이 32억 6,200만 원을 받은 GS리테일, 신종환 자문역이 8억 6,200만 원을 받은 CJ, 강희석 고문이 6억 9,700만 원을 받은 이마트 등 다수의 대기업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이는 현직 임원이 아닌 퇴직 임원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회사에서 제공해 주는 재취업이나 창업 프로그램 또한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삼성전자에서는 2011년부터 경력컨설팅센터를 확대해 퇴직한 임직원들의 재취업이나 창업을 돕고 있다. SK그룹도 퇴임 임원 전용 공간인 ‘아너스라운지’를 조성해 사무공간과 심리·생활·진로 상담, 전직 및 창업 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에 대해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요즘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임원을 단 사람이 많아 퇴임 후 재취업을 하는 사람이 많다”라며 “고문 자리를 이직의 발판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꽤 있다”라고 전했다.
댓글1
이석주
그많은돈 다 써보지도 못하고 늙고병들어죽기도 할것인바 얼마나 억울할까 돈부자 부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