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하림에 404억 원 지급
도로 소유권 분쟁 패소
하림, 실적 부진 속 재무 부담

“이제 닭 장사 안 해도 되겠네” 하림그룹이 서울시와의 소송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으며 매년 100억 원의 도로 사용료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자, 네티즌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가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8,675㎡(약 2,630평) 규모의 도로 사용권을 두고 하림그룹과 벌인 소송에서 결국 패소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23일 하림지주 자회사인 하림산업과 KB부동산신탁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에서 하림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그동안의 도로 사용료와 이자를 합쳐 404억 원을 하림 측에 지급했으며, 앞으로도 매년 약 100억 원의 도로 사용료를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문제의 도로는 과거 화물터미널 부지였던 곳으로, 서초구 양재 나들목(IC) 인근에 있어 ‘노른자위 땅’으로 불린다. 이 땅의 전체 면적은 9만 6017㎡에 달한다. 원래 이 땅은 2006년 시행사 파이시티가 유통 업무시설로 개발할 예정이었지만, 2014년 파산하면서 개발이 중단됐다. 이후, 이 땅은 여러 차례 유찰된 끝에 2016년 하림그룹이 공매를 통해 최저입찰가(9,864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524억 원에 매입했다.
해당 도로는 2013년 서울시가 해당 부지 일부(8675㎡)를 ‘양재대로12길’로 확장해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서울시는 서울추모공원 이용객 증가와 주변 개발사업으로 인한 교통량 증가를 고려해 기존 15m였던 도로 폭을 44m로 확장했다. 그러나 이 도로가 들어선 땅은 원래 파이시티가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던 용지였다. 파이시티가 파산하면서 기부채납이 무산됐고, 해당 부지의 소유권은 하림이 가지고 있다.
하림 측은 땅을 매입한 후 서울시에 도로 용지를 불법 점유하고 있다며 사용료 지급을 요구했다. 서울시는 “당시 도로는 이전 소유자의 토지 사용 승낙을 받고 확장된 것이며, 하림도 이를 알고 땅을 매입했으니, 사용료를 지급할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은 하림 측의 손을 들어줬고, 이에 따라 서울시는 이미 404억 원을 지급한 데 이어 매년 약 100억 원의 도로 사용료를 부담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하림은 도로 부지를 기부채납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로 사용료 규모 등을 놓고 파기환송심에서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림그룹은 2022년부터 매출 하락세를 이어가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난해 본업인 식품 부문이 부진한 성과를 보였고, 올해는 외형 확장 기회를 놓치며 실적 회복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하림그룹의 지주사인 하림지주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이 8조 8,65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했다. 2022년 매출 13조 7,753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이후, 2023년에는 12조 624억 원으로 감소하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매출 감소에 따라 영업이익도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6,3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으나, 이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22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아쉬운 수준이라는 평가다. 2022년 영업이익 9,413억 원에서 2023년에는 5,675억 원으로 40% 가까이 급감한 이후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완전한 반등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본업 내에서는 육계 사업의 부진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육계 사업을 운영하는 자회사 ㈜하림은 외형과 내실의 동반 축소로 인해 실적이 악화했다. 2023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 13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357억 원으로 53% 급감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199억 원에서 144억 원으로 줄었다.
또한, 현금 창출력 둔화와 부채 비율 증가로 재무 건전성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2023년 3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010억 원으로 전년 동기 765억 원에서 감소했으며, 부채비율은 151.8%에서 167.2%로 상승했다. 하림그룹은 주력인 식품 부문의 부진을 운송 및 곡물 부문 성장으로 보완하며 실적 회복을 모색하고 있지만, 본업의 실적 개선 없이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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