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자동차 재계 2~3위
새나라자동차 특혜 시비 인수
도요타 기술제휴 일방적 철수
지난 9월 현대자동차가 1967년 자동차 산업에 처음 진입한 지 57년 만에 누적 차량 생산 1억 대를 달성했다고 밝힌 가운데 해외 생산 거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현재 대한민국의 자동차 재벌로 불리는 현대자동차보다 앞서 먼저 재계에 등장한 국내 최초의 자동차 재벌이 있다. 이는 한국 최초의 자동차 재벌로 명성을 떨친 신진자동차다.
신진자동차는 지난 1955년 김제원, 김창원 형제가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에 ‘신진공업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미군으로부터 불하받은 GMC CCKW 폐차 섀시를 재생한 버스를 만들면서 자동차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년 뒤인 1957년 ‘신진 자동차공업(주)’로 사명을 바꿔 새로이 출발한 신진자동차는 3년 뒤에는 전포동 버스 공장을 완공했다. 실제로 여기서 만들어진 1962년에 출시된 신진 H-SJ 25인승 마이크로버스는 일명 노랑차 혹은 마이클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면서 엄청난 판매고를 자랑하기도 했다.
또한, 1년 뒤인 1963년에는 미군 지프 폐차 부품을 이용해서 일본 닛산의 블루버드 P310 (새나라자동차) 의 외형을 모방하여 만든 ‘신성호’라는 세단을 출시하기도 했다. 신성호는 신진 자동차가 만든 최초의 승용차다.
다만, 재생 부품을 사용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조악한 품질과 특유의 수작업 공정 때문에 새나라 자동차보다 판매가격이 비싸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신진자동차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실제로 신진그룹은 새나라자동차가 특혜 시비로 망한 이후 새나라자동차 인천 부평 공장을 1965년에 인수했으며 이 시기 일본 도요타와 기술을 제휴해 코로나, 크라운 등 승용차를 시장에 선보였다. 이 중 코로나는 한국의 도로 사정에 잘 맞는 자동차로 명성을 얻으며 국내 승용차 시장을 휩쓸었다.
신진자동차의 본격적인 전성기는 일본 도요타와 기술제휴를 맺으면서 시작됐다. 특히 1966년에 일본 토요타와 기술을 제휴해 생산한 ‘FB100LK 가솔린 버스’는 폐차 재생 부품이 아닌 규격화된 신품 부품만을 사용하여 만든 국내 최초의 대량 생산 기성품 버스로 1960년대를 대표하는 시내버스로 유명했다.
이어 1968년에 내놓은 ‘DB102LC 디젤 버스’는 본격적으로 국내에 디젤엔진 버스 시대를 개막하면서 ‘버스 = 디젤엔진’이라는 공식을 성립시키기도 했다. 이 밖에도 신진그룹은 토요타, 히노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중대형 트럭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등 한때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이 시기 신진그룹은 사세 확장에 주력하며 신진 자동차 판매, 신진 자동차 운전 학원, 현대 기아, 신원 개발, 한국카이사알미늄, 대원 안전유리 공업, 대원 강철 공업,코리아스파이서공업 등을 잇따라 세워 그룹의 면모를 갖췄다.
같은 시기 하동환 버스 및 하동환 HDH 트럭을 만든 하동환 자동차까지 인수해 계열사로 뒀다. 이에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신진자동차는 대한민국 최초의 자동차 재벌로 자리 잡아, 국내 최대이자 최고의 자동차 그룹으로 명성을 떨쳤다.
재계에 따르면 이 시기 신진자동차는 재계 서열 2~3위를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명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1969년 신진그룹은 적자투성이 업체 한국기계공업을 인수하면서 망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저우 4원칙”을 발표하면서 토요타는 중국 진출을 노리기 위해 신진자동차를 배신하고 기술제휴를 끊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신진은 지난 1971년 미국 제너럴 모터스와 손잡고 부평공장을 지엠 코리아로 분사시켰으나, 경영악화로 1976년에 한국기계와 세트로 한국산업은행 관리로 넘어가게 된다. 신진자동차는 이후 재기를 꿈꾸는 듯했으나 사실상 계열사가 줄어 기업규모가 쪼그라들면서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없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신진그룹의 계열사던 모기업 신원 개발은 1978년 삼성그룹에 팔렸으며, 마지막으로 남은 자동차 관련 계열사 (주)거화와 코리아스파이서마저도 경영권 분쟁과 창업주인 김창원의 해외 도박 파문이 일면서 흑자도산 됐다.
이에 신진자동차 그룹은 국내 최초이자 최고의 자동차 재벌에서 현재는 1개 소규모 학교법인 신진학원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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