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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서있기만 해도 17만 원 주는데 아무도 안 하겠다는 알바

서있기만 해도 17만 원 주는데 아무도 안 하겠다는 알바

문동수 에디터 조회수  

수능 감독관감소 현상
“사실상 이틀 근무 수준”
민원으로 인한 정신적 부담

서있기만 해도 17만 원 주는데 아무도 안 하겠다는 알바
출처 : 뉴스 1

수능이 사흘 앞으로 바짝 다가온 가운데 오는 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보는 수험생은 작년보다 1만 8,000명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고3 재학생이 작년보다 늘어난 가운데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의대 진학을 노리는 상위권 N수생(재수생 이상)과 일부 직장인까지 대거 몰린 결과다. 다만, 시험장에서 이들을 살피고 단속할 감독관은 되레 8,000명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수능 감독관은 수험생만큼이나 수능 당일 고생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수능 전날부터 공정한 수능을 위한 강의를 듣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교사들 사이에서 이 수능 감독관을 하지 않기 위해 진단서를 떼는 등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0일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수능 감독관 수는 6만 9,440명으로 지난해 7만 7,133명보다 7,693명(11.1%) 줄어들었다. 이어 수능 감독관은 역할에 따라 시험실 감독관 6만 813명, 대기실 감독관 2,280명, 복도 감독관 6,347명으로 확인됐다.

수능 감독관이 줄어들었음에도 올해 수능 응시자는 지난해보다 3.6% 증가했다. 올해 수능은 재학생과 졸업생, 검정고시 등이 모두 증가해 총 52만 2,67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이 늘어났음에도 수능 감독관이 줄어든 이유는 올해 교육부가 시험실 한 반당 배치하는 수험생 인원을 24명에서 28명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서있기만 해도 17만 원 주는데 아무도 안 하겠다는 알바
출처 : 뉴스 1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코로나 사태 때 줄였던 고사장당 학생 수를 정상화하는 측면도 있지만, 올해도 반복된 감독관 구인난(求人難) 탓이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다수의 교사가 수능 감독관을 피하고자 눈치를 보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수능 시험 전날이 되면 교육청에서 내려온 감독관 차출 공문을 두고 서로 눈치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몸이 심하게 아픈 상태를 제외하고 대부분 반강제적으로 감독관을 하게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올해는 교사들이 수능 감독을 꺼려 서로 미루는 바람에 적지 않은 학교에서 결국 저연차 교사 순으로 ‘차출’됐다. 이처럼 교사들이 수능 감독관을 꺼리는 것은 최근 일부 대입 논술 고사장 등에서 ‘유출 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수능 감독 업무를 맡게 된 중·고교 교사들의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서있기만 해도 17만 원 주는데 아무도 안 하겠다는 알바
출처 : 뉴스 1

이어 수능이라는 긴장감을 수능 감독관이 함께 겪어야 한다는 점 역시 문제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10시간 가까이 서 있어야 한다는 육체적 부담이 크지만, 금전적인 보상은 크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수능 감독관의 대가로 17만 원 수준으로 보수를 받기는 하나, 사실상 수능 당일에만 일하는 게 아니라 사전 교육 등을 위해 전날 예비 소집에 가야 하기 때문에 이틀간의 근무에 가깝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능 감독관은 대부분 서 있어야 하는 데다가 쉬는 시간도 충분하지 않은 등 업무 강도가 높은 편에 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시험 진행 과정에서 실수하거나 수능 당일 예민해진 수험생이 “감독관 탓에 시험을 망쳤다”며 민원을 낼까 하는 정신적 부담도 교사들이 감독관을 기피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앞서 수능 감독을 하다가 사소한 실수로 분쟁에 휘말리거나 거액의 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SBS

특히 백승아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4년) 수능 감독관 관련 국가 상대 소송 현황’을 보면, 이 기간 총 5건의 민사 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를 세세하게 살펴본 결과 4건은 종료 시각 전 종을 울려 시험에 지장을 초래했다는 요지의 소송이었으며, 1건은 감독관의 착오로 1교시 시험 시작이 20여 초 지체됐다는 요지의 소송이었다.

제기된 5건의 소송 중 3건은 국가와 감독관이 수험생 측에 최소 200만 원에서 최대 700만 원까지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사례가 이어지자, 수능 감독관들의 부담 자체도 커졌다. 이에 교육부는 시험 감독관 보호를 위해 2019년부터 가입 중인 배상책임 단체 보험의 보장 범위를 건당 최대 1억 원에서 올해 2억 원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여기에 학부모 및 학생이 학교로 찾아와 항의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 수능에선 한 응시자가 시험 종료 벨이 울린 뒤 답안지에 마킹을 해 부정 행위자로 처리되자, 다음 날 학부모가 수능 감독관이 근무하는 학교로 찾아가 1인 피켓 시위를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학부모는 수능 감독관을 향해 ‘우리 아이 인생을 망가뜨렸으니 네 인생도 망가뜨려 주겠다’는 폭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 : 교총 제공

한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 7일 오전 ‘수능 감독 교원 업무·처우 개선 요구서’를 교육부에 전달하고 “매년 되풀이되는 시험 관련 분쟁과 민원으로부터 감독 교원을 확실히 보호하는 법‧재정적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교총은 “감독 교원을 위협하는 무분별한 민원과 소송을 교사가 아니라 교육청 차원에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들은 “감독 교원의 신변이 또다시 노출되는 일은 없어야 하며 철저한 보안대책이 마련해야 한다”며 “수능이 ‘대학 입학’을 위한 시험인 만큼 교직원 등 대학이 감독 업무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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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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