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위기론 확산
페이커 선수 연봉 100억
기업 평판·문화 지원 사업
최근 ‘페이커’ 이상혁이 이끄는 T1이 ‘2024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챔피언십’(일명 롤드컵)에서 5회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T1이 만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e스포츠 업계에서는 구단이 이윤을 낼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팀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3일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열린 2024 롤드컵 결승전에서 T1 선수들은 우승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T1을 이끄는 에스케이텔레콤씨에스티원(T1)은 수년 전부터 계속 적자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T1은 지난해 매출 328억 원을 거뒀지만, 영업손실이 12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이런 수치는 지난해 대비 소폭 나아진 형국이다. 업계에 따르면 T1의 영업손실은 2021년 211억 원, 2022년 166억 원, 2023년 166억 원으로 적자 폭이 줄고 있지만 흑자 달성 시점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T1이 세계 최고의 e스포츠 구단이라는 타이틀에도 부진한 실적을 내는 것은 e 스포츠업계의 수익 구조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당초 LoL 선수단의 경우, LoL 제작사인 라이엇게임즈의 한국지사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에서 분담금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이는 게임을 제공하는 게임사가 지식재산권(IP)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즉, 야구나 축구 등 전통적인 스포츠는 지상파TV와의 중계권 계약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지만, e스포츠는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 무료 인터넷 중계가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e스포츠 구단이 개별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팬덤(열성팬 조직)을 기반으로 한 MD(유니폼 등 굿즈 판매 사업) 뿐인 것이다. 덧붙여 기업 후원(스폰서십), 기념품 판매 수익, 대회 우승 상금 등으로만 이윤을 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례적으로 일부 구단에서는 e스포츠 아카데미를 운영하거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추가 수익을 내고 있다.
이에 대해 e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주최 측에서 중계권을 축소하면서 구단에 주는 금액을 줄이는 추세다. 페이커 같은 스타 선수가 있는 T1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적자다. 다른 구단들은 사실상 돈을 벌 방법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e스포츠 구단이 적자를 내는 것은 구단 운영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선수들의 연봉은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 역시 지적된다. 당초 팬덤의 ‘덕질(팬 활동)’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는 e스포츠 구단이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는 데 한계가 있어 유명한 선수들을 영입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선수 연봉을 포함한 T1의 구단 운영비는 21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e스포츠 선수 중 가장 유명한 페이커의 경우 연봉이 약 1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지며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특히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의 문제는 비단 T1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국내 e스포츠 구단인 DK, 리브샌드박스, DRX, 농심레드포스 등도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지난 1월 ‘LCK(LoL 한국 리그)’에 참가한 10개 팀은 공동 입장문을 통해 2020년 LCK 프랜차이즈 출범 이후 10개 팀의 누적 적자가 1,000억 원을 넘어섰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속되는 적자에도 구단이 e스포츠 구단 운영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IT 통신·금융·유통 등 모기업을 보유한 구단은 기업 평판(reputation)과 문화 지원 사업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즉, 기업 평판의 개선과 문화 지원 사업 영위에 따른 이미지 창출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스포츠단이 문화사업 지원이나 모기업의 평판(reputation) 제고를 목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처럼 수익만을 목적으로 운영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러나 적자 누적이 구단 운영의 위기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모기업이 스포츠 구단을 매각하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해 내홍에 휩싸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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