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보고 방식’
주요 임원과 1대 1 대화
궁금증 풀릴 때까지 질문해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올해 2분기 4조 2,791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가운데 현대차의 수장 정의선 회장이 임원들과 이른바 ‘100분 토론’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쏠렸다. 이와 관련해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 사령탑에 오른 뒤 4년이 흐른 정의선 회장의 경영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등 29개 계열사(연결 대상 계열사 제외)의 지난해(2023년) 순이익은 27조 2,27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의선 회장 취임 직전 해인 2019년(8조 9,784억 원)보다 세 배 수준의 규모다. 같은 기간 매출 역시 279조 612억 원에서 432조 1,839억 원으로 150조 원 넘게 대폭 증가했다.
더하여 현대차의 경우 올해 2분기 매출 45조 206억 원, 영업이익 4조 2,791억 원을 올리며 지난해(2023년) 대비 각각 6.6%, 0.7% 늘어나면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직전 최대 매출은 지난해 2분기로 당시 현대차는 매출 42조 2,332억 원, 영업이익 4조 2,483억 원을 기록했다.
더하여 정의선 회장의 취임 이후 그룹의 쌍두마차인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시가총액은 2019년 말 42조 7,046억 원에서 지난 11일 기준 92조 4,656억 원으로 증가했다. 수치로 따지면 113% 상승한 셈이다.
이렇듯 연이어 최대 실적을 써 내리는 현대차그룹의 약진 이유에 대해 재계는 ‘정의선 리더십’을 주목한다. 재계는 정의선 회장이 트렌드를 꿰뚫는 안목을 보유했으며, 빠른 실행력과 미래를 준비하는 과감한 투자 등이 맞물려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으로 현대차그룹을 성장시켰다고 봤다.
이와 관련하여 정의선 회장은 수시로 주요 임원들로부터 1대 1 보고를 받는다고 한다. 이 보고는 통상 한 시간을 넘어 두 시간까지 이어지며 현대차그룹 내에서는 정의선 회장과의 보고를 ‘100분 토론’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한 시간을 넘어서는 이 보고에서 정의선 회장은 미심쩍은 게 없을 때까지 주요 임원들에게 송곳처럼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하며, 그에 대한 해법을 여러 경로로 듣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정의선 회장은 사소한 사안이라도 이해가 안 되면,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묻고 또 묻는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사업 방향성을 결정한다고 한다. 특히 업계는 최근 현대차그룹이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매달리는 것 역시 정의선 회장이 수없이 질문하고 해법을 들은 뒤 판단한 결과로 풀이했다. ‘가성비’로 대결해서는 중국차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현대차그룹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현대차와 기아의 포지셔닝을 올리기 위해 품질을 끌어올리고,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주력했다.
이 덕분에 현대차와 기아는 할인 없는 브랜드가 됐고, 현대차의 제네시스는 미국에서 메르세데스벤츠, BMW에 준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대접을 받았다. 또한 정의선 회장은 레저용 차량(RV)과 하이브리드카 중심의 라인업 재편하여 수익성을 높였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기준 RV·제네시스의 비중은 현대차 전체의 절반보다 많은 60% 이상이라고 한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수익성이 높은 차를 많이 팔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기차·하이브리드카·수소전기차 등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올해로 현대차그룹 수장 4년 차를 맞은 정의선 회장이 연이어 최대 실적을 경신하면서 그의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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