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 전문업체 하이모-이덕화
1996년 낙선 경제적 어려움
가발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 타파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도 10년 가까이 혹은 그 이상의 장기간 동일한 광고 모델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들이 눈길을 끄는 가운데, 소비자들에게 ‘신뢰’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영역들에서 장수 모델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광고 모델은 제품 정보 외에도 기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장수 모델이 기업의 안정적인 대외 이미지 쌓기에 큰 역할을 하며 기업의 성장 행보에 동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기업들이 모델 계약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장수모델이 15년 이상의 계약을 넘기기란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25년간 한 브랜드의 모델을 맡고 있는 이덕화와 하이모의 인연에 이목이 쏠린다.
업계에 따르면 맞춤 가발 전문기업 하이모는 지난 1999년 배우 이덕화를 브랜드 대표 모델로 기용한 후 2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이모의 모델인 이덕화는 장수 광고모델로서 오랜 기간 작품과 일상생활에서 하이모의 가발을 착용해 오기도 했다.
광고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일반 소비자들이 가질 수 있는 가발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바로잡고, 자연스러움이 강점인 하이모 가발의 기술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즉, 이덕화와 하이모의 장기 협업은 단순 광고 마케팅 차원을 넘어 윈윈(Win-win)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여기에 하이모는 시대 트렌드를 반영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해 이덕화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마케팅을 전개해 화제 되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22년 화제를 모은 음원과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에 이덕화와 하이모 가발을 거부감 없이 접목해 소개한 패러디 영상 ‘부럽지가 않어(feat. 이덕화)’를 선보인 것이다.
특히 기존 가사인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를 ‘(머리카락) 한 올도 부럽지가 않어’로 개사하는 등 해당 콘텐츠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소셜미디어(SNS) 업로드 4개월 만에 조회수 580만 회를 돌파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다만, 25년 간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이덕화와 하이모 사이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이는 당초 하이모가 처음 이덕화를 광고모델로 섭외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999년 하이모가 지금의 상호로 변경한 당시, 하이모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은 탈모를 겪는 연예인들을 물색하던 중 이덕화를 낙점하고 광고 출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덕화는 제일기획의 제안을 번번이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당시 가발이 TV 광고 소재로 나오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이었던 점과 더불어 배우가 가발 광고에 나설 경우 이미지를 깎아 먹을 것이란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 이덕화가 3년 전인 1996년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의 고배를 마신 뒤 일이 뚝 끊겼던 점이 하이모에 호재로 작용했다. 이덕화는 낙선 직후 방송과 각종 행사 출연 등이 줄줄이 끊기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쳐 하이모의 모델 계약을 고민하고 있던 시기 아내로부터 “가발 광고가 뭐 어때서 그래?”라는 말을 듣고 계약을 결심하게 된다.
이에 하이모의 광고에 출연하게 된 이덕화는 CF를 통해 얼굴을 알리고 재기에 성공하게 된다. 이덕화가 배우로서 성공하면서 하이모 역시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된다. 이는 당시 CF를 본 시청자들의 반응과 관심이 폭발적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하이모는 장수 모델인 이덕화가 출연하는 작품 속 캐릭터에게 맞게 가발을 특수 제작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전두환 전(前) 대통령 역할을 맡았던 드라마 ‘제5공화국’에서 이마 절반이 훌렁 벗겨진 모습으로 출연했는데, 이것 역시 하이모가 대머리 모양으로 만든 가발로 확인됐다.
여기에 드라마 ‘올인’에 희끗희끗한 백발 머리로 출연했을 때는 드라마가 나간 다음 날이면 하이모에 “이덕화 가발을 어디서 구하느냐”는 문의 전화가 쇄도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하이모는 지난 2023년 기준 매출 800억 4,176만 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66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지난 2014년과 비교했을 때, 10년 사이 약 133억 원의 매출 신장을 달성한 것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