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전력거래소
전력수요 역대 최고점 찍어
350곳 공공기관 냉방기 중단
지난 20일 제9호 태풍 ‘종다리’가 북상하며 한반도에 ‘열 폭탄’이 상륙해 전력 수요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19일 역대 최대 전력 수요를 기록한 지 하루 만에 경신된 기록으로 예년이면 더위가 한풀 꺾이는 시점에 역대 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우며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AI(인공지능) 확산과 이상 고온의 영향으로, 전력 수요가 90GW(기가와트) 이상 고공행진을 하는 기간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자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전력거래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5시 평균 최대 전력 수요가 97.1GW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하루 만에 경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전력 수요는 전날 오후 5시(94.7GW)에 지난 13일 기록(94.6GW)을 돌파한 데 이어 1시간 뒤인 6시에 95.6GW를 나타내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특히 이날은 오전부터 전날보다 4~5GW 이상 높은 수요를 유지하며 이미 오후 4시에 96.5GW로 전날 경신한 기록을 깼고, 한 시간 만에 97.1GW라는 기록을 재차 갈아치우며 역대 최대를 찍은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시간대 예비력은 8.2GW, 예비율은 8.5%로 알려졌다. 이어 예비력의 경우 비상 준비 단계인 5.5GW를 웃돌면서 정상 범주였지만 예비율은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한때 6%대를 ‘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지난 6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올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가 여름 휴가철이 끝난 8월 둘째 주에 92.3GW에서 97.2GW 사이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예년 같으면 15일 이후에는 더위가 물러가고, 잇달아 발생한 태풍이 비구름과 함께 한반도 상공의 열기를 밀어내면서 전력 수요가 크지 않았던 것과 달리 종다리의 북상과 함께 남쪽의 열기와 수증기가 수도권 위로 올라왔다는 점이 냉방 수요를 급증시킨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전체 발전량의 10%를 웃돌며 낮 전력 공급원 역할을 해온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가 흐린 날씨에 제대로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면서 기존 발전 설비에 몰리는 전력 수요는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에 ‘열 폭탄’을 던진 ‘종다리’는 태양광발전소가 몰린 호남권 등에 구름대를 형성하며 태양광 발전량을 줄여 전력 수요가 폭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역대 최대 전력 수요를 기록한 10번 중 6번이 이달에 몰렸다는 점에서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첨단산업이 급성장하고, 전기차 등의 보급으로 우리 생활 곳곳에서 전기화(化)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이런 상황에 전력 대란에 대한 대비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8월 하순까지 전력 수요가 폭등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발전소 정비 등과 관련한 검토에 대한 요구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 2011년 가을철 발전소 계획 예방 정비가 몰린 시기에 늦더위가 급습하며 일어났던 9·15 순환 정전이 발생한 바 있어 이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폭염이 9월까지 이어질 경우 전력 수요가 높을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기 때문에 발전소들의 정비 일정을 점검해 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는 전날 전력수요가 최절정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공급능력 확충과 사전 수요 조절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산업부는 서해안 화력발전소에 내려진 발전 제약을 일시적으로 완화하고, 올여름 두 번째 전력수요 의무 감축 요청(신뢰성 DR)을 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뢰성 DR이란 전력거래소가 예비력이 6.5GW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수요 관리 사업자 등에 내리는 급전 지시를 말한다.
이는 전력 수급 상황 악화 시 미리 등록한 용량에 대해 의무적으로 전력수요를 감축하는 대신 기본 정산금을 받는 제도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 8월 현재 신뢰성 DR 참여 고객은 4,785개, 등록 용량은 4,555㎿ 수준으로 확인됐다. 이와 더불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은 350곳의 공공기관에 오후 5시 이후 냉방기 가동 중단, 불필요한 조명 소등 조치를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런 조치는 ‘전력 대란’에 대한 우려가 잠식될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최남호 2차관은 “전력수요 증가 상황에서도 송전망 탄력 운영 등으로 추가 공급능력을 확보했다”고 밝히며 “공공기관 에너지 절약과 사업체 조업률 조정과 같은 수요 감축 협조 등에 힘입어 안정적인 예비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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